국제 경제·마켓

WHO 모유수유 결의안에 돌연 반대한 미국…원조중단 협박까지

자국 분유·이유식업체 이익보호 위해 결의안 발의 막아

에콰도르 첫 타깃 삼아 위협... 러시아 발의엔 '꼼짝'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의 모유 수유 권장 결의안 발의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실을 뉴욕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사진과 기사 내용은 관련 없음]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의 모유 수유 권장 결의안 발의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실을 뉴욕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사진과 기사 내용은 관련 없음]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의 모유 수유 권장 결의안 발의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봄 스위스 제네바에서 WHO 총회가 열릴 때까지만 해도 ‘모유가 아이 건강에 가장 좋으며 각국은 모유 대체재에 대한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마케팅을 제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 결의안 채택이 난항에 부딪힐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은 결의안에서 ‘정부는 모유 수유를 지원하고 권장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구절과 각국 정책 입안자들은 전문가들이 영아에 유해할 수 있다고 지목한 식품 판촉을 제한해야 한다고 명시한 부분을 문제 삼으며 결의안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이처럼 어깃장을 놓은 것은 자국 내 분유·이유식 제조업체의 이익 보호를 위해서로 관측된다.

미국은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의안 발의와 관련이 있는 국가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WHO에 참여한 정부 관리들과 외교관들은 전했다.

애초 이 결의안을 발의하기로 한 에콰도르가 첫 타깃이었다. 에콰도르에 발의를 포기하도록 종용하면서 중요한 군사 원조를 중단하고 징벌성 무역 조치도 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결국 에콰도르가 발의를 포기하자 결의안 지지론자들은 에콰도르를 대신해 결의안을 발의해줄 다른 국가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 10여곳 모두 미국의 보복을 우려하며 거부했다.

미국은 심지어 WHO에 대한 지원액 삭감도 언급했다고 복수의 협상가들은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WHO 전체 예산의 약 15%인 8억4,500만달러(약 9,420억원)를 부담했다.


영국의 모유 수유 권장 단체인 ‘아기 우유 행동’(BMA)의 패티 런댈 정책국장은 “우리는 이 사실에 놀라고 경악했으며 슬프기도 하다”면서 “40년 가까이 영유아 건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합의된 사항을, 세계를 볼모 삼아 뒤집으려는 미국의 행위는 협박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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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의 결의안 채택 훼방 노력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러시아가 결의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선 협박하지 않았다고 NYT는 강조했다.

WHO의 러시아 대표단 한 관계자는 결의안 발의를 ‘원칙의 문제’라고 설명하며 “영웅이 되려는 것은 아니지만 대국이 이렇게 소국들을 괴롭히는 것은 잘못됐다. 특히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두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일갈했다.

결과적으로 결의안 최종안은 초안의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미국이 에콰도르 등을 원조 등을 빌미로 협박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NYT의 질의에 미 국무부는 사적으로 이뤄진 외교 대화는 공개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또 결의안 수정을 주도한 기관인 미 보건복지부(HHS)는 에콰도르 위협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결의안 문구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자녀에게 영양분을 주고 싶은 엄마들 앞에 불필요한 장애물을 놓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HHS 대변인은 “모든 여성이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여성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이들이 자녀를 위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들이 택한 방식 때문에 낙인을 찍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소수의 미국과 유럽 기업이 지배하는 세계 이유식 시장은 700억달러 규모로, 최근 모유 수유를 선택한 여성이 늘어나면서 선진국 시장에서의 매출은 정체 상태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서의 판매 증가로 올해 세계 전체 매출은 4% 성장이 기대된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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