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공격에…일보후퇴한 中

美 자극보도 자제 등 우회로 선택

시장개방 압력 가하는 美 요구에

외국인 A주 투자 허용범위 확대도

1015A11 금융시장수정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돌입한 중국이 확전을 막기 위해 눈에 띄게 소극적인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앞서 34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때도 미국과 중국의 시차 때문에 불가피해 보였던 선제공격을 피했던 중국이 관세전쟁의 포문이 열린 후에도 자본시장 개방을 확대하고 미국을 자극하는 보도를 최대한 자제하는 등 불필요한 충돌을 막기 위해 우회로를 선택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시진핑 시대 들어 부상한 ‘유소작위(有所作爲·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뤄낸다)’ 대신 덩샤오핑 시대의 ‘도광양회(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중국에 취업 중인 외국인 투자자 등이 내국인 전용 주식 A주를 거래할 수 있는 증권계좌 개설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 스톡옵션으로 자사주를 보유하려는 상장사의 외국인 직원에게만 제한적으로 A주 직접거래를 허용했다. 대다수 외국인은 ‘후강퉁(상하이·홍콩증시 교차거래)’이나 ‘선강퉁(선전·홍콩증시 교차거래)’ 제도를 통해 우회적으로 투자해왔다.


하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 취업증을 발급받아 중국 현지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더 낮은 거래비용으로 중국 A주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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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조치는 최근 중국증시 급락의 충격을 개방정책으로 완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동시에 시장개방 압력을 가하는 미국의 요구에 중국 당국이 금융시장 개방이라는 정책으로 화답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올 들어 후강퉁·선강퉁의 하루 거래한도를 4배 확대하고 증권사의 외국인 투자 지분 상한선을 기존 49%에서 51%로 확대하는 등 금융시장 개방조치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 관영매체들은 당국의 ‘보도지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삼가고 무역전쟁 자체에 대한 보도도 자제하는 등 이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한 관영매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이는 인신공격성 비난이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감을 불러일으켜 무역갈등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인터넷상에서도 무역전쟁과 관련해 반미 정서가 담긴 댓글을 통제하는 등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당국의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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