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현대제철의 도금강판에 대한 덤핑 여부 조사 중 정부의 보조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지난 2016년 2월 국회를 통과한 ‘원샷법’에 따라 현대제철이 세금우대 혜택과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은 정황이 있는데 이는 보조금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국 철강업체 뉴코어가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상무부는 “뉴코어 측의 제소에 상당한 근거가 있다”며 추가 조사에 돌입했다.
원샷법은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사업을 재편하려는 기업에 대해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 주요 규제들을 완화해주는 내용이다.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이 원샷법 적용을 신청했다.
상무부가 원샷법을 걸고넘어진 것은 올해 초 한국산 후판을 조사할 때부터다. 당시만 하더라도 상무부는 원샷법에 따라 정부 보조금이 제공됐다는 자국 업체들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어 진행된 열연강판에 대한 조사 중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상당한 근거가 있다며 추가 조사에 나섰다. 이번 도금강판 조사까지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이미 ‘무혐의’ 판결을 내려놓고도 상무부가 거듭 원샷법 특혜를 운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개별 철강재에 대한 조사 때마다 담당하는 부서가 다르기 때문에 엇갈린 판단이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통상업계 전문가는 “원샷법에 따른 지원은 국제 규범상 보조금으로 해석될 수 없다는 게 분명하다”면서도 “상무부 내에 어떻게든 관세를 물리려는 기조가 있다 보니 일부 부서에서 보조금의 정의를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원샷법에 따른 지원을 보조금으로 매도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상무부 내에서 원샷법을 두고 거듭 딴지를 걸자 철강 외 국내 다른 산업까지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무죄 판정을 이끌어내더라도 원샷법과 같은 다른 산업 진흥 정책이 나온다면 미국이 또다시 문제 삼지 않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상무부의 이 같은 시도가 계속된다면 정부로서도 침체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정책을 소극적으로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차장은 “보조금이라는 것은 상당히 엄격한 잣대가 있어서 정부가 하는 모든 산업 지원 활동이 보조금에 해당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그 요건을 굉장히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