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말많은 노동이사제 기어이 밀어붙이겠다는 건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수면 아래서 잠자고 있던 노동이사제를 다시 물 위로 끌어올렸다. 윤 금감원장은 금융회사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 4·4분기에 이와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내년부터는 금융회사의 경영실태를 평가할 때 사외이사 후보군의 다양성을 집중 점검하겠다고도 했다. 의사수렴 절차라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금융계를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노동이사제 도입 선포나 다름없다.


노동이사제는 노조 추천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로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윤 금감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 있을 때 도입을 권고한 내용이다. 하지만 경영권 침해 논란이 일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권고안을 보류했고 KB금융지주의 도입 시도 역시 국제의결권자문기구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없던 일이 됐던 사안이다. 죽은 줄 알았던 노동이사제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인다니 기업들로서는 황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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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노사관계를 우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협력과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신차를 출시할 때 노조와 협의해야 하고 인력배치도 경영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주소에서 노조의 경영 참여까지 허용한다면 구조조정 같은 중요한 사안은 거론조차 할 수 없다. 기업의 목줄을 노조가 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금융계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면 다음 수순은 민간기업이 될 게 뻔한 이치다. 금호타이어가 6일 주총에서 노조 추천 인사를 이사회에 포함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 전조다. 현실화된다면 기업들이 혁신은 고사하고 기업 경영 자체를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경기부진과 무역전쟁 같은 대내외 악재로 고전하는 국내 경제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대통령과 정부가 혁신성장과 경기회복을 그토록 바란다면 노동이사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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