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든 아니든 간에 중소기업은 해당 국가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기업의 수는 물론이고 고용, 수출, 부가가치 창출 측면 모두에서 중소기업은 해당 국가 경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전체 사업체 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9.9%에 이르며 전체 영리기업 일자리 1,977만개 가운데 중소기업은 90% 이상을 차지한다.
OECD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OECD 회원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중소기업 현황을 정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이후부터 다양한 ‘중소기업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그중 최근 발간된 ‘2018 중소기업 자금조달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자금조달 방식의 후진성을 확인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 韓중기 자금줄 여전히 은행뿐
OECD 15개국서 신규대출 감소
크라우드펀딩 등 온라인금융규모
2013년부터 연 2배씩 늘었는데
국내선 은행 대출 꾸준히 증가
☞ 국내 대안금융 나아갈 길은
코넥스 시총 6.6조●5년새 14배↑
엔젤투자 2년전 2,000억 넘었지만
기술금융 2.7%·P2P는 0.1% 불과
정부, 다양한 자금공급 환경 조성
중기 마음껏 뛰놀수 있게 만들어야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많은 국가에서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조사대상 국가 대부분에서 중소기업 파산 건수가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또한 기업 간 결제 지연 내지 부실채권 규모 또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해당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역 및 투자 부분이 소폭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 대상 25개 국가 중 15개 나라에서 중소기업 신규 대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이 최근 전개되고 있는 투자 수요의 위축 등도 원인이지만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경로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2016년 이후부터 은행 부채 이외의 다른 금융 수단을 활용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전통적인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에서 벗어나 리스와 팩터링(factoring), 벤처캐피털투자, 크라우드펀딩 등을 활용한 새로운 자금 수혈 경로가 활성화되면서 유발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실제 개인간거래(P2P) 대출,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과 같은 온라인을 통한 대안적 금융의 규모는 2013년 이후로 2016년까지 매년 거의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리스와 임차구매(lease and hire purchase)는 2015년 대비 10% 이상 늘어났고 2016년에도 대다수 국가에서 상승했다. 팩터링과 매출채권 할인(invoice discounting) 역시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많은 중소기업이 새로운 금융 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중소기업들은 전통적인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비율이 점점 고착화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전체 기업 대비 중소기업 대출은 2007년 86.8%에서 2016년에는 78.6%로 줄어들었지만 국제 기준과 비교 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국내 연구 결과인 2017년 중소기업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업이 신규로 조달한 자금의 원천별 비중은 은행이 60.5%로 높고 그 다음으로 정책자금(20.1%), 비은행금융기관(9.4%), 사채(6.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결국 자금조달 방식의 90% 가까이가 전통적인 대출 방식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은행 신규 대출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기업 대출 규모는 2015년 말 420조원에서 2016년 말에는 427조원, 다시 2017년 말에는 456조원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 중소기업·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조성한 코넥스시장의 경우 최근 시가총액은 6조6,000억원으로 5년 전 개설 초기 대비 14.1배 증가했다. 엔젤투자 역시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총 엔젤투자자금은 2,126억원을 기록해 최초로 2,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신규 자금 조달 경로에 해당하는 기술금융은 전체 중소기업 중 11.1%가 활용할 의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7%에 해당하는 기업만이 활용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내지 P2P 대출은 0.1%의 중소기업만이 활용하고 있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한결같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출발점으로 원활한 자금 공급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중소기업의 금융애로 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