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한 ‘은산분리’와 관련해 시대가 달라져 재점검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최근 여당이 혁신성장 차원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최 위원장이 적극 발언하며 가세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 사금고’ 프레임에 갇혀 20년간 진전이 없었던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최 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은행 토론회에서 “금융회사의 대기업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은산분리는 핵심적인 규제 원칙이지만 시대가 달라졌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요구에 맞게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경쟁국들은 혁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이끄는 인터넷은행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핀테크 경쟁에서 앞서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은산분리는 금융산업의 기본원칙으로 지키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춰나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은산분리 원칙을 덜 허물기 위해 은행법 개정보다는 특례법을 만들어 ICT 업체의 은행지분 확대 보유를 허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시절에 금융권을 혁신할 ‘메기’ 역할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전격 승인했다. 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의 반발로 은산분리 완화가 진척이 없자 인터넷은행 자본확충에 차질이 생기면서 대출영업 제한 등 메기는커녕 피라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여당 내부는 물론 최 위원장까지 은산분리 완화 발언을 하면서 20년 만에 규제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토론회에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은산분리 완화를 간곡히 호소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인터넷은행에 참여하는 ICT 기업의 낮은 보유 지분은 지난 1년간 보여준 혁신적인 성과가 한 차례 실험으로 끝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도 “현 케이뱅크의 상황을 감안하면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리딩할 수 있는 신속하고 원활한 자본확충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요주주인 카카오와 케이뱅크의 주요주주인 KT는 은산분리 규제로 의결권 있는 지분을 4%, 전체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어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5개 법안이 계류돼 있다. ICT 기업의 지분보유 한도를 34%(정재호·김관영) 또는 50%(강석진·김용태·유의동)로 높이자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만 해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청와대와 여당 내부에서도 인터넷은행을 발전시켜야 혁신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인식하에 법안 통과에 대한 긍정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여당 일부 의원들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변수는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