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층 어두워진 한은 경제 전망…“3% 성장 어렵고 고용 증가폭 반토막날 것”

한국은행의 경제 전망이 한층 어두워졌다. 경제 회복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3%대 성장이 올해는어렵고 취업자 증가폭은 작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늦어지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을 2.9%로 제시했다. 4월 전망 때 내놓은 3.0%보다 0.1%포인트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 역시 2.9%에서 2.8%로 낮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지만 2.9% 성장도 양호한 수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3%는 탄탄한 성장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번 전망 조정은 ‘우리나라 중앙은행도 최근 경기가 불안하다고 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망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비관적인 시각이 곳곳에 드러난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을 26만명에서 18만명으로 8만명이나 낮춰 잡았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 32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9%에서 1.2%로 1.7%포인트 낮게 전망했다. 지난해 실적(14.6%)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작년에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분야 투자가 급증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에 다른 업종에서도 투자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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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0.2%에서 -0.5%로 떨어뜨렸다. 한은은 “주거용 건물이 공급 물량 확대, 수주 부진 등 영향으로 증가폭이 크게 축소되고 상업용, 공업용 건물 건설 역시 부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영향도 적지 않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증가 속도가 꺾일 것으로 봤다. 한은은 상품수출 증가율 3.6%에서 3.5%로 낮췄다. 경상수지 흑자도 650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4월 전망(705억달러)보다 50억달러 넘게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이외 산업에서 수출 증가가 더딘 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가도 불안하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지만 내년의 경우 2.0%에서 1.9%로 낮췄다. 올해와 내년 모두 정부의 물가 상승률 목표 2.0%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최근 유가와 일부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소비자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확대를 통한 물가 상승 움직임은 약한 탓이다.

경제 개선 기대가 낮아짐에 따라 한은의 금리 인상 시기도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 1.5%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선 8개월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소수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이주열 총재는 “금리 인상 신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또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 글로벌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될지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며 “물가도 목표 수준에 근접해야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역분쟁은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지지부진해 단시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1.4%인 소비자물가도 1~2개월 안에 목표(2%)까지 오르기 힘들다. 금리 인상이 4·4분기 이후에나 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늘 한은 발표를 보면 금리 인상은 빨라야 4·4분기 이후가 될 확률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경제 여건이 지금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4·4분기에도 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내수,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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