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처럼 얇은 그래핀도 접으면 접을수록 기계적 특성이 좋아진다. 최근 12번까지 그래핀 복합체를 접어 기계적 강도를 향상시킨 연구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UNIST) 자연과학부의 로드니 루오프 특훈교수(기초과학연구원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가 이끄는 연구진은 접어서 대면적 단층 그래핀과 고분자를 결합한 복합체를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고, 기계적 특성까지 높일 수 있다는 걸 밝혔다고 12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2002년 미국의 고등학생이었던 브리트니 갤리반의 실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브리트니는 1,200m 길이의 종이를 12번이나 반으로 접었다. 당대 최고의 수학자들도 종이는 최대 7번까지 반으로 접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루오프 교수는 이 실험에서 영감을 받아 그래핀 복합체를 만드는 방법으로 접기를 선택했다. 종이처럼 얇은 막 구조인 그래핀을 고분자 박막에 붙여서 12번 접어보기로 한 것. 연구진은 화학기상증착법으로 제조한 A5 크기의 그래핀에 400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 두께의 폴리카보네이트 필름을 코팅했다. 이 상태에서 12번 접는 데 성공해 ‘그래핀-폴리카보네이트 적층복합체(그래핀 복합체)’를 제조했다.
이 연구의 제1저자인 빈 왕(Bin Wang)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래핀은 다른 판상 물질보다 훨씬 얇아서 고분자 박막에 붙여서 여러 번 접을 수 있었다”며 “12번 접힌 그래핀 복합체는 4,096층(2의 12제곱)을 가진 약 3밀리미터(㎜) 두께의 흥미로운 덩어리 물질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물질의 기계적인 특성을 측정하자, 영 계수와 강도, 인성 계수가 각각 73.5%, 73.2%, 59.1%만큼 향상됐다. 그래핀이 1,000분의 1도 첨가되지 않았는데 기계적 특성이 크게 강화된 것입니다. 이는 접힌 구조물에 층간 상호작용이 나타나 변형 에너지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루오프 교수는 “이번 연구는 2차원 물질을 적층시켜 3차원 다층 복합체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별한 기능성을 갖는 다양한 2차원 나노물질들을 결합해 에너지 저장과 변환, 열 관리 등으로 응용할 크기의 재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