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케이뱅크, 유상증자 또 실패...1500억 中 전환주 300억만 늘려

1차 증자때도 주주사 7곳 이탈하며 난항

은산분리로 KT 지분 10%이상 보유 못해

상품 출시 등 사업 확대 차일피일 미뤄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또 유상증자를 실패했다. 1,500억원을 끌어모으려 했지만 300억원을 늘리는 데 그쳤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가 10% 이하로 제한된 은산분리 규제 탓에 주요 주주인 KT가 증자를 주도할 수 없어서다. 은산분리를 완화하지 않고서는 인터넷은행의 지속적인 성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2일 케이뱅크는 당초 결의했던 유상증자 규모 1,500억원 가운데 전환주 300억원에 대한 증자만 진행한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지난해에 이어 지난 5월 말 보통주 1,200억원, 전환주 300억원으로 2차 유증를 결의하고 이날을 주금 납입일로 정했다. 케이뱅크의 한 관계자는 “모든 주주가 참여하지 않아 실권주 발생이 불가피해 보통주에 대한 증자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실권주란 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권리를 상실한 잔여주식을 말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케이뱅크의 증자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1,500억원 규모로 1차 유증을 진행할 당시에도 7곳의 주주사가 이탈하면서 MDM이 새로운 주주사로 참여했다. 케이뱅크 주주사의 한 관계자는 “당초 케이뱅크를 설립할 때부터 KT가 사업을 주도하기로 한 만큼 다른 주주들이 매번 증자에 동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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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케이뱅크는 20곳에 달하는 주주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KT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10% 이하(의결권 기준 4%)로 제한하는 은산분리에 막혀 증자를 주도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반면 인터넷은행 경쟁자인 카카오뱅크는 58%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금융주력자인 한국투자금융지주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본을 조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는 과반수의 지분을 보유하는 금융주력자를 찾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회사인 DGB캐피털을 통해 케이뱅크 지분 3.2%를 보유한 DGB금융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케이뱅크가 자본확충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경쟁력을 점차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케이뱅크는 새로운 상품 출시도 늦어지는 한편 기존 상품도 판매를 반복적으로 중단했다. 7일부터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 판매를 일시 중단했으며 올 2·4분기 출시하려던 아파트 담보대출도 자본 여력이 없어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8.15%에서 지난 1·4분기 말 13.48%로 떨어지기도 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이를 의식해 은산분리 완화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은행 출범 1주년 토론회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민병두·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올 하반기에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특례법 통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경제부총리는 이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은산분리 완화 등 규제 개혁 입법을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국회에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34%(정재호·김관영) 또는 50%(강석진·김용태·유의동)로 높이도록 하는 내용의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5개 계류돼 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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