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파업하기 어렵게 낡은 노동법 개정해야"

■김용근 신임 경총 부회장 인터뷰

소모적인 임금 협상도

3~4년에 한번으로 바꿔야

노사관계 선진화 최대과제

한국경영자총협회 신임 부회장에 선임된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이 12일 서울 종로의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미국 자동차 232조 관련 민관합동 태스크포스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한국경영자총협회 신임 부회장에 선임된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이 12일 서울 종로의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미국 자동차 232조 관련 민관합동 태스크포스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는 30년 된 노동 관련 법을 바꿔 노조 파업을 어렵게 해야 합니다. 노사 간의 소모적인 임금협상도 선진국처럼 3~4년에 한 번씩으로 바꾸고 생산성 향상에 집중해야 합니다.”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에 선임된 김용근(62)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노사관계 선진화가 한국 경제의 최대 당면과제라며 대립적 노사관계를 상생의 관계로 돌려놓는 데 역량을 쏟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총은 이날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전형위원회를 열고 김 협회장을 새 상근부회장에 선임했다.


김 신임 부회장은 자동차협회를 이끌 때부터 “노사관계 선진화는 기업과 노동자뿐 아니라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가장 절실한 과제”라는 신념을 피력했던 인물이다. 노사관계를 전문으로 다루는 경제단체인 경총의 사무국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통 산업 관료 출신인 김 부회장은 공직을 떠난 후에도 “국내 산업 생산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줄곧 주장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늘어야 수출도 증가하고 고용이 는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국제 경쟁에서 생산 비용이 핵심 요소인데 한국은 임금은 높고 생산성이 낮아 해외 투자는 증가하는 반면 국내 생산은 정체 상태”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를 투쟁과 대립에서 대화와 협력의 관계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는 임금을 양보하고 사용자는 고용을 책임지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한다”며 “매년 임금협상을 할 게 아니라 전문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3~4년에 한 번씩 협상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총도 좀 더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을 노동계에 내놓겠다”며 “노사가 서로 뭉치고 고통을 나눠 기업 체질이 강화될 수 있도록 경총이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보다 근본적으로는 노동 관련 법률이 노조의 파업을 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노동법이 30년 전에 자리 잡은 것이어서 파업은 하기 쉽지만 대체근로는 허용이 안 되는 등 사측에 불리하게 돼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의 경우와 같이 파업 찬반투표 의결 요건을 과반이 아닌 3분의2로 강화하고 대체근로를 허용해 노조가 파업해도 공장이 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힘의 균형이 맞아야 대화가 이뤄진다”며 “그렇지 않으니까 노사가 파업과 직장폐쇄 등 물리적 힘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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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회장은 노사관계 선진화뿐 아니라 경총 사무국을 개혁하는 일도 맡아야 한다. 경총 사무국은 수년간 사업비 일부를 회계에서 누락시켜 현금으로 격려금을 나눠 가진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사무국 내부의 파벌 문제도 심각하다. 과거 삼성전자서비스를 대리해 노사협상을 벌이던 과정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김 부회장은 “회계·예산과 사업집행 과정이 사회의 상식적인 시스템과 일치하도록 확실하게 개선시키겠다”면서 “사무국 직원들의 권익은 강화하면서도 편법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산업계에서도 김 부회장이 내부 개혁만은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관행과 타성에 젖은 조직을 가장 싫어하고 직원들에게 상시적인 내부혁신을 주문하는 스타일”이라면서 “경총 사무국 임직원들의 업무 환경이 상당히 타이트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회장은 순천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시 23회로 공직에 들어가 산업자원부 산업정책본부장을 지냈다. 이후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을 거쳐 지난 2013년부터 자동차협회장을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의 이동으로 자동차협회장 자리는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공석이 된다.

한편 김 부회장은 신임 경총 부회장에 현 집권세력의 뜻에 맞는 ‘코드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던 항간의 예상은 틀린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당초 경총 부회장감으로 거론됐던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이 고사하면서 저를 추천했고 손경식 회장이 결정한 것”이라며 “어떤 외부의 의견도 개입된 바 없다”고 밝혔다.
/맹준호·구경우기자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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