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부품업계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리한이 줄도산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 벼랑 끝에 몰린 부품업체가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국내 50개 차 부품업체 가운데 절반 가까이(23개사)가 올 1·4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벌써 시장에서는 제2, 제3의 리한이 나올 수도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대부분 1차 협력업체인 상장사가 이 정도면 영세 2·3차 협력업체의 상황은 더 심각할 게 뻔하다. 이미 지난 2월 현대차 2차 협력사인 엠티코리아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매각절차에 들어갔다. 완성차업체에서 시작된 위기가 2차에 이어 1차 협력사 등 부품업체 전반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렇게 사방에서 경고음이 울려대는데도 현대차 노조는 7년째 파업을 강행했다. 12~13일 이틀간 부분파업을 벌인 것도 모자라 추가 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다. 파업 이유는 기득권을 보호하고 임금을 더 달라는 것이다. 실적이나 환경을 따져보면 도저히 파업을 할 처지가 아닌데도 막무가내다. 현대차는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46%나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입자동차 25% 관세 부과’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경영여건은 차치하더라도 부품업계의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으니 귀족노조의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벼랑 끝에 몰린 협력업체의 현실은 현대차, 나아가 한국 차 산업에 주는 마지막 경고다.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끊지 않으면 공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노사가 함께 생산성 제고에 나서는 것이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