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52시간]교대근무자들 "대체할 사람 없어서 휴가 못 가요"

주 48시간 근무하는 교대근무자들

대체근무 한 번만 서도 52시간 초과해

공장서 "대체근무자 없다"며 휴가 반려

"휴가권 제한은 법 위반…감독할 것"

자신을 공장 노동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1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통해 주 52시간 제도 개정을 호소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자신을 공장 노동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1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통해 주 52시간 제도 개정을 호소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주52시간 근무제로 공장 교대근무자들이 휴가를 못 가는 부작용이 생겼다. 휴가를 보내려면 대체근무자를 투입해야 하는데 대체근무자마저 1주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유 인력이 없는 공장들은 직원들의 휴가 신청을 거부하며 결원 발생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13일 중견기업 공장 교대근무자들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통해 “공장이 대체근무자를 지정하지도 않고 휴가를 받지도 않고 있다”며 “52시간을 탄력 운영하게 해 주든지 기업에 신규채용을 강제하든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공장 교대근무자들은 지난 4월 법 제도 시행 3개월 전부터 고용노동부 민원게시판에 문의글을 올렸지만 고용노동부는 별다른 대책 없이 이달부터 제도를 시행했다.

실제로 3조 2교대 근무 중인 인천공항공사 직원 A(41)씨는 지난달부터 노모의 생신과 병문안 등 가족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하나도 가지 못했다. 1인당 주간 근무시간이 48시간에 달해, 휴가자를 위해 하루만 더 일해도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 근무자들은 1주일에 9시간씩 이틀 주간근무를, 15시간씩 이틀 야간근무를 하고 이틀을 쉰다. 인천공항공사 소속 하청업체는 “대체인력이 없다”며 근무자들이 낸 휴가계를 대부분 반려했다. 법을 지키려면 아무도 휴가를 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정유·화학계가 시범 중인 5조 3교대도 휴가자를 못 구하긴 마찬가지다. 통상 8시간 아침·점심·밤 근무를 3일씩 묶어서 시행하는 5조 3교대 체제는 1주에 점심근무와 밤 근무가 모두 몰릴 경우 1인당 1주 근로시간이 48시간이 돼, 대체근무자를 지정하기 어렵다. 울산의 한 석유화학공장에서 일하는 김모(28)씨는 “나라에서 5일 휴가를 장려하는데 우리는 2일 이상 따내는 것도 기적”이라며 “52시간제를 시작했는데 오히려 일만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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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들 교대근무자들의 팍팍한 근무 릴레이가 한두 곳 사업장에만 해당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상혁 한국노총법률원 노무사는 “여유인원을 두는 대기업이 아닌 이상 최소 인원으로 공장을 돌리는 사업장 대부분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며 “상당수 공장 직원들이 휴가 없이 꾸역꾸역 일하거나 52시간을 맞춘 것처럼 슬쩍 서류정리만 하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각 공장 노동조합들은 사측에 대응할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인원을 더 채용하라고 기업을 압박할 수 있지만, 너무 몰아붙이면 기업들이 고용책임을 피하려고 간접고용을 늘릴 가능성도 있어서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 관계자는 “주 52시간 사업 취지는 좋지만 바뀐 정부 제도와 안 바뀌려는 사업장 사이에서 공장 근무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라며 “최종 책임이 있는 공항이 의지를 갖고 신규 채용 문제에 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의 휴가 제한은 주52시간제도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체근무자를 구하고 말고는 사업장이 해야 할 일이고 근무자가 그것 때문에 휴가를 못 가는 건 법 위반”이라며 “근로감독을 강화해서 현장 탈법 사례를 잡겠다”고 전했다. 사업장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업장이 갑작스러운 채용으로 힘들어질 경우에 대비해 일자리 지원금 등 관련 제도를 만들어뒀다. 활용하면 된다”고 전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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