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서민들의 실제 삶을 체험하고 지역 현안을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조만간 낡은 주택가인 강북구 삼양동의 9평짜리 옥탑방에서 ‘강북 한 달 살이’를 시작한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박 시장은 한 달간 머물 장소로 삼양동의 실평수 9평짜리 집을 골라 월세 계약을 맺었다. 1층 단독주택의 옥상에 얹혀 있는 옥탑방으로 이곳은 집무실 겸 숙소로 활용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이 삼양동을 고른 이유는 강북구 내에서도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복지 수요도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맞은 편 미아동은 재개발 아파트가 많이 올라섰다. 반면 구릉지인 삼양동의 주거환경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다세대·연립 주택이 빽빽이 들어차 소방차가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골목이 좁은 곳도 있다.
박 시장은 3선 시장으로 취임하며 “책상머리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절박한 시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라며 강북구에서 한 달간 현장 시장실을 운영하며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간 현장 시장실’ 운영의 첫 작업으로 삼양동을 선택한 것이다.
박 시장은 제10대 서울시의회 첫 임시회가 끝나는 19일 이후 ‘한달 살이’를 시작하기로 하고, 입주 날짜를 조율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틈나는 대로 강북구 숙소에서 시청으로 출근하고, 주말에도 동네에 머물며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2012년 11월 은평구 뉴타운 미분양 아파트에 입주해 9일간 현장 시장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 뉴타운 615가구가 미분양이었지만 박 시장이 입주해 문제 해결에 나서자 다음 해 1월 ‘완판’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박 시장은 강북구에 머물며 이 지역 현안의 빠른 해결을 시도하는 한편 강남·강북 균형발전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강북구도 박 시장의 이사를 기대하고 있다. 강북구 관계자는 “삼양로에서 우이동까지 고도제한 탓에 재건축·재개발이 전혀 안 되고 있다”며 “주거·도시환경 개선이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박 시장에게)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구는 6년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방치된 우이동 ‘파인트리 스파앤콘도’ 문제 해결도 기대하고 있다. 파인트리는 숙박시설과 골프연습장, 수영장 등을 갖춘 고급 콘도로 계획됐다. 하지만 인허가 과정에서 편법·특혜 의혹이 불거져 2012년 5월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북한산 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시행사 부도 이후 두 차례 공매를 진행했으나 유찰됐고, 새 주인을 아직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