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대표가 이렇게 명백한 사실과는 다른 왜곡된 기업관(觀)을 갖고 있었다니 놀랍다. 발언이 논란을 빚자 다음날 내놓은 해명도 비뚤어진 시각을 드러내기는 마찬가지다. 홍 원내대표는 ‘20조원’에 대해 삼성이 2015~2017년 3년 동안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규모를 의미한다며 “기존 주주의 이익에 봉사할 뿐 국민경제에 기여한 효과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이유를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이런 식의 언급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나라처럼 차등의결권 등을 허용한다면 왜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자사주에 쏟아붓겠는가. 현재 국내 기업들이 동원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은 자사주 취득이 유일하다. 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투자 감소, 배당 축소 등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을 아는데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기업 경영권 보호수단을 다 봉쇄하고 비핵심기업 주식을 팔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고서는 자사주 매입을 비난하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홍 원내대표와 같은 인식이 여권 지도부에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을 양극화 등 경제문제의 주범으로 몰아붙이며 반기업 정서와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편승해 기득권을 확대하려는 세력의 목소리는 커지는 반면 4차 산업혁명 대비 등에 꼭 필요한 규제 완화는 지지부진하다. 그 사이 기업들의 의욕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식이면 일자리 정부나 혁신성장도 구호에 그칠 게 뻔하다.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면 여권의 잘못된 대기업관부터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