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제축구연맹(FIFA)은 잉글랜드축구협회에 7만 스위스프랑(약 8,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한 라힘 스털링 등 일부 영국 선수들이 스웨덴과의 8강전에서 공식 스폰서인 나이키 제품 위에 다른 회사 양말을 덧신었다는 이유에서다. FIFA는 월드컵 기간 공식 후원사 이외 업체의 노출을 금하고 있다. 선수들 역시 공식 스폰서가 아닌 제품을 착용할 수 없다.
문제가 된 양말은 미끄럼방지 기능이 있는 영국 데본사 제품이었는데 영국 대표팀에 4,000만 달러나 후원한 나이키로서는 기분이 유쾌할 리 없었을 터다. 하지만 이런 옥에 티만 빼면 15일 폐막한 러시아월드컵은 나이키로서는 잊을 수 없는 대회로 기억될 듯싶다. 결승전에서 프랑스와 크로아티아 선수 모두 나이키 로고가 선명한 유니폼을 입고 뛰는 등 역대급 마케팅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잉글랜드가 4강에 진출하자 대표팀 셔츠가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후원사끼리의 결승전인 ‘나이키 더비(Nike Derby)’가 처음 성사돼 나이키로서는 프랑스에 투자한 5,600만 달러, 크로아티아에 쥐어 준 거액의 후원금이 아깝지 않았을 것 같다. 러시아월드컵만 놓고 보면 나이키가 라이벌 아디다스를 완벽하게 눌렀다. 스페인·아르헨티나가 16강에서 탈락하고 믿었던 독일마저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신 아디다스로서는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렇더라도 월드컵 후원의 역사와 성적을 보면 나이키가 아디다스의 아성을 넘기는 아직 부족하다. 아디다스는 1970년 멕시코 대회 때부터 월드컵과 인연을 맺었다. TV 시청자만 10억 명이 넘는 월드컵은 스포츠용품사에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독일을 앞세운 아디다스팀은 최근 열 번의 월드컵에서 다섯 번이나 우승했고 ‘아디다스 더비’도 세 차례나 경험했다.
나이키는 20여년이나 늦은 1994년 자국(미국)대회에 맞춰 월드컵 진출을 준비하다 1998년에 본격 데뷔했다. 당시 후원했던 브라질이 결승까지 오르면서 단번에 눈도장을 찍더니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마침내 브라질이 나이키팀의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프랑스의 러시아월드컵 우승은 나이키에 16년 만의 쾌거다.
월드컵은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 못지않게 그들을 후원하는 양대 스포츠용품사,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전쟁터다. 매 대회마다 맞붙는 두 거인의 승부를 점쳐보는 것도 월드컵을 즐기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