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 다습한 아열대성 기후, 황사·미세먼지, 발코니 확장으로 인한 건조공간 축소, 바쁜 일상생활…’
기후·환경 및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건조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 세탁기·냉장고가 가사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며 필수가전이 된 것처럼 건조기 시장도 급성장하는 양상이다.
16일 LG전자(066570)에 따르면 올해 들어 LG 베스트샵과 대형 유통매장 일부에서 건조기 판매량이 드럼 세탁기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올해 전체 판매량에서 건조기가 세탁기를 추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판매량을 보이거나 건조기가 더 많이 팔리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LG 건조기 판매가 지난해 월 3만대 가량에서 올 초부터는 월 5만 대를 넘겼다”면서 “신생 가전인 건조기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세탁기급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와 유럽에서 주로 사용되는 건조기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생소한 제품이었다. 지난 2016년 국내 건조기 시장이 전체 10만대 수준에 그쳤을 정도. 하지만 지난해 LG전자와 삼성전자(005930)가 시장 확대에 나서면서 60만대 가량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2년 전의 10배 수준인 1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건조기의 구성과 가격대도 다양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 14kg급 대용량 건조기 ‘그랑데’를 선보이며 대형 건조기 시장을 열었다. 그동안 9kg급 건조기가 LG·삼성의 주력 제품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많은 양의 빨래나 큰 이불도 한 번에 건조하길 원하는 고객 수요에 선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전자와 SK매직이 삼성·LG 제품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100만원 이하 건조기를 출시하면서 가격 층도 두터워졌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가구 대비 건조기 보급률이 10% 내외인 만큼 장기 전망이 밝다”면서 “과거 김치냉장고 출시 이후 보급률이 90%까지 빠르게 상승한 점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LG전자 ‘스타일러’의 성공 이후 경쟁사의 의류관리기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의류관리기는 자주 입는 옷의 냄새를 없애주고 구김을 펴주는 기능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LG전자 창원공장 스타일러 생산량은 올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코웨이는 올 초 의류관리기 시장에 뛰어들었고 삼성전자도 하반기 중 의류관리기를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LG전자가 독점해온 의류관리기 시장에 삼성전자가 참여하는 것은 시장 확대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전통 가전 시장의 정체를 뚫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