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일대의 경제현장을 시찰하면서 내각과 노동당 경제부·조직지도부 등 경제 부문 책임자들의 무능력을 또다시 호되게 질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함경북도 어랑군의 수력발전소인 어랑천발전소 건설 공사장을 비롯해 염분진호텔 건설 공사장, 온포휴양소, 청진가방공장 등 함경북도의 경제관련 현장 총 8곳을 돌아본 소식을 17일 보도했다. 이날 시찰에는 황병서, 조용원, 오일정, 김용수 등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동행했으며 현지에서 리히용 노동당 함경북도 위원장이 맞이했다.
어랑천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김 위원장은 댐 건설을 시작한 지 17년이 되도록 총 공사량의 70%만 진행된 점을 지적하며 공사가 진척되지 않는 원인을 파악했다고 중앙통신은 밝혔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어랑천발전소는 1981년 6월 5일 김일성 주석의 교시로 건설이 시작됐지만 30여 년이 지나도록 완공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내각 책임일꾼들이 최근 몇 해 사이 댐 건설장에 한 번도 나와보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고 ‘대단히 격노’해 “도대체 발전소 건설을 하자는 사람들인지 말자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그는 “벼르고 벼르다 오늘 직접 나와보았는데 말이 안 나온다”며 “문서장만 들고 만지작거렸지 실제적이며 전격적인 경제조직사업 대책을 세운 것은 하나도 없다”는 등 내각 관계자들에게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또한 “더더욱 괘씸한 것은 나라의 경제를 책임진 일꾼들이 발전소 건설장이나 언제(댐) 건설장에는 한 번도 나와보지 않으면서도 어느 발전소가 완공되었다고 하면 준공식 때 마다는 빠지지 않고 얼굴들을 들이미는 뻔뻔스러운 행태”라며 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최근에 우리 당 중앙위원회는 내각과 성, 중앙기관들의 사상 관점과 소방대식 일본새, 주인답지 못하고 무책임하며 무능력한 사업태도와 만성적인 형식주의, 요령주의에 대하여 엄한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경제부와 조직지도부 해당 지도과들도 문제가 있다”, “이렇게 일들을 해 가지고 어떻게 당의 웅대한 경제발전 구상을 받들어 나가겠는가”라며 경제정책 지도를 맡은 노동당의 업무 태도 역시 지적했다.
그는 발전소 댐 건설과 관련해 “지금처럼 내각에 맡겨 놓아서는 대가 바뀌어도 결말을 보지 못할 것 같다”며 당 중앙위원회의 조직지도 하에 내년 10월 10일까지 공사를 마치기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생산기지를 ‘너절하게’ 꾸린 청진가방공장에서는 “당의 방침을 접수하고 집행하는 태도가 매우 틀려먹었다”며 함경북도 당 위원회를 질책했다. 특히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가방공장을 건설할 당시 도당위원장 사업을 하였던 일꾼과 도들의 가방공장 건설사업을 올바로 장악 지도하지 못한 당 중앙위원회 해당 부서들의 사업을 전면 검토하고 엄중히 문책하고 조사할 데 대한 지시를 주시었다”며 후속 문책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함경북도 경성군의 온천 휴양소인 온포휴양소를 방문해서도 욕조가 “물고기 수조보다도 못하다”고 지적하고, 해안 호텔인 염분진호텔 공사장에서도 “(건설을) 미적미적 끌고 있는 것은 대단히 잘못되었다”며 조속한 완공을 촉구했다.
이밖에 김 위원장은 청진조선소, 북한군 제810군부대 산하 락산 바다연어 양어사업소와 석막 대서양연어종어장, 라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 9월 1일 기계공장 등을 시찰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달 초에도 북·중 접경 신의주의 화학섬유공장과 방직공장을 시찰하며 간부들을 강도 높은 언사로 질책한 바 있다.
중앙통신은 그가 청진조선소에서 새로 건조한 전투함의 구조와 전술·기술적 제원, 무장장비 설치 정형(상황)을 살펴보고 시험항해를 했다며 “해군무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게 기동 및 화력능력이 뛰어난 전투함선을 잘 만든데 대하여 평가하시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대형 화물여객선 만경봉 92호를 건조한 경험이 있는 청진조선소에 ‘현대적인 화객선’을 새롭게 건조하는 사업을 맡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리에서는 100정보(약 100만㎡) 면적의 대규모 채소 온실농장을 조성할 계획을 밝히고 부지를 돌아봤다. 이 농장은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결정으로 비행연대를 이동 배치하는 구역에 들어선다고 통신은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김 위원장의 시찰 소식을 사진과 함께 9개 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날 노동신문은 평소의 두 배 분량인 12면으로 발행됐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