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혁신성장’이라고 말하는데 정작 대기업만 부르고 찾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혁신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포털 ‘다음(현 카카오)’ 창업자에서 공유경제의 혁신가로 나선 이재웅 쏘카 대표는 17일 서울 성동구 서울사무소에서 간담회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소신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정부가 핵심 경제 과제로 혁신성장을 내걸었지만 정작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대기업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된다고 느낀 셈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산업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수익을 창출하면서 다른 업계에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면서 “이 점은 정부가 스타트업 업계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면 빠르게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공개 강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거침없이 소신을 밝히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함께 가장 성공한 ‘벤처 1세대’로 꼽힌다. e메일과 온라인 커뮤니티(카페), 검색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포털 다음으로 인터넷을 널리 알렸다. 이 창업자가 ‘운둔의 경영자’로 불리면서도 최근까지 네이버의 해외 투자를 직접 지휘하는 등 역할을 이어나간 반면 이 대표는 2008년 다음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일찌감치 물러났다. 이날 간담회도 그가 10년 만에 언론 앞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자리였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카 셰어링(차량공유) 스타트업 쏘카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복귀했다. 그동안 소풍·에스오큐알아이(SOQRI) 등의 투자회사를 통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던 일에서 벗어나 직접 회사를 이끌게 된 것이다. 쏘카는 베인캐피탈·SK·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으로부터 1,4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업계 1위 카 셰어링 스타트업으로 390만명의 회원과 1만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다시 경영 일선에 나선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꿈틀거리는 스타트업이 줄어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그는 “새로 생긴 스타트업은 많아졌지만 사회의 큰 문제를 바꾸거나 가치를 전환하는 서비스는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많은 창업자가 규제 등의 문제로 위축된 것 같은데 벤처 1세대로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아 (쏘카 대표로)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승차공유(라이드 셰어링) 가능 시간대 제한 등 ‘모빌리티’ 관련 규제 해결을 위해서는 스타트업 업계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규제를 풀려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업계가 대안을 제시하고 다른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대화해야 했는데 사실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이게 중요하다’고 소리만 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직접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