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사업 관련 업무를 하다가 퇴직하면서 군사기밀이 적혀있는 자료를 집으로 옮긴 것은 군사기밀 탐지·수집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군사기밀이 누설되면 국가안보에 커다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관련 입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B씨에 대해 무죄로 인정한 상고심 판결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B씨는 국회의원 A씨의 정책보좌관과 방위사업청 과장으로 일하면서 국방분야 입법 및 예산업무 등 군사기밀을 취급하게 됐다. 이후 퇴직하게 됨에 따라 사무실에 있는 짐을 정리하면서 B씨는 군사기밀 자료 7건을 집으로 반출했다.
검찰은 “군사기밀을 관리할 권한이 더이상 없는 상태에서 자료를 사무실에서 집으로 가져간 것은 군사기밀을 위법하게 탐지·수집한 것”이라고 유죄를 주장했다. 반면 B씨는 “업무상 취급했던 군사기밀을 반출한 것은 이미 탐지와 수집을 다 마친 뒤 벌어진 일에 불과해 탐지·수집행위로 볼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1·2심은 “군사기밀을 업무상 생성 취득해 점유하던 피고인이 퇴직하면서 이를 선별·취사선택하지 않고 집으로 옮긴 행위는 군사기밀 보관장소를 변경한 것에 불과할 뿐, 법이 정한 탐지·수집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군사기밀 무단반출 행위를 처벌할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은 “공소사실과 같은 무단반출 행위를 규제할 필요성은 일반적으로 수긍될 수 있을 것”이라며 “퇴직자의 무단반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해 처벌할 것인지는 새로운 입법론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인정하면서 박씨의 무죄는 확정됐다. 박씨는 방위사업청 퇴직 후 서울의 한 대학에서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