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사회주의와 정부의 기업 경영 간섭이란 우려를 고려해 경영 참여로 볼 수 있는 주주권 행사를 제외했다.”(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권이 비경영자가 참여해도 될 만큼 충분히 확보돼 있는지 의문이다.”(전삼현 숭실대 교수)
17일 보건복지부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공청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스튜어드십코드 초안을 만든 보건복지부와 대한상공회의소와 상장사협의회, 민주노총 등 각계각층이 추천한 10명의 패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각론 부분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히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해 자본시장을 위축시키는 ‘연금사회주의’ 우려가 컸다.
최경일 과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실효성 있는 결과를 만들려면 주주권 행사를 통해 경영 참여까지 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아직 시기상조로 판단했다”며 “주주권 행사는 배당확대 등에서만 시작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예상보다 완화된 안을 내놨다고 했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의견은 달랐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해서는 더 세밀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진정으로 스튜어드(집사)가 되려면 전체 기금을 어떤 기준과 보상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고,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정치권력으로부터 어떻게 독립할지를 제시해야 한다”며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만들 테니 안심하라는 지금과 같은 식으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삼현 교수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을 보면 국방상 또는 국민 경제상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정부가 사기업 경영활동에 개입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의결권 행사로 연금 사회주의 우려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연금 가입자 보호만을 위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다면 자본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연금가입자나 펀드가입자가 기관투자자의 활동을 점검할 독립기관을 두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위탁 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황 수석 연구원은 “위탁운영사에 가점을 주면 결국 가점을 받기 위해 국민연금 의견을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경종 한국투자신탁운용 실장은 “위탁운용사 의결권 위임은 원칙적으로는 찬성이지만 가점 도입은 반대한다”며 “적은 인원으로 수익률에 집중해 운영되는 전문사모운용사들의 부담만 가중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날 복지부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대한 우려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최경일 과장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전에도 주주로서 권한을 갖고 있었다”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해 주인인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지 스튜어드십코드가 기업을 망하게 하려는 취지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 이후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를 하려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프라가 완성되고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활동을 제약한 상법과 자본시장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말했다.
복지부는 상법상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면 1주만 보유지분이 달라져도 공개해야 하고 단기 매매차익을 기업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투자 전략이 공개되고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있다. 그 밖에 기업이 주주총회 안건을 2주 전 공개해 국민연금이 판단할 시간이 짧은 점과 국민연금이 자산을 위탁한 민간 자산운용사에 의결권을 넘길 경우 같은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과 운용사 간 찬반이 갈렸을 때 기업이 거부할 수 있는 현행 상법도 개정해야 할 대목으로 꼽았다.
한편 복지부는 오는 26일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을 심의, 의결하고 본격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강도원·임세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