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정상회담 이후 미국 내에서 거센 역풍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지난 2016년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자신의 발언은 ‘말실수’였다며 러시아의 대선 개입 사실을 인정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미 정보당국의 수사 결과 내용을 부정하고 푸틴 대통령 편을 든 데 대해 국내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반역적이고 역겹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하루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으로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초청해 미러 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한 자리에서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보당국의 결론을 전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기자들에게도 핀란드 헬싱키에서의 자신의 발언은 실언으로 인한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정상회담 기자회견 당시 ‘러시아가 했다(it would be)는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하지 않았다(it wouldn’t be)는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다’는 이중부정으로 발언했어야 했다”며 “나는 부정어법을 자주 써서 종종 이런 오해가 생긴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이후 예상외로 역풍이 거세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에도 미국 내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 상원은 오는 25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불러 북한 비핵화 협상의 진행상황 및 미러 정상회담 결과에 관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공화당 소속의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WP와의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다음주 중 의회에 출석해 미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증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 발언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중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강연에서 “공포와 분노의 정치를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불과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며 “독재자들이 민주주의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제도와 규범을 망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