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교한 이아고의 꾐에 넘어가 사랑하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오셀로의 이야기가 판소리로 재탄생한다.
정동극장은 다음 달 25일부터 ‘창작ing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의 ‘판소리 오셀로’를 선보인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를 판소리와 결합한 작품으로 19세기 조선의 기녀(妓女)이자 이야기꾼인 ‘단(丹)’이 기방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오셀로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형식을 취한다.
‘단’은 오셀로, 이아고, 데스데모나 등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삶을 가련한 시선으로 전하면서도 조소와 해학을 곁들이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선의 변화다. 임영욱 연출은 “원작이 남성 중심적 사건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의심, 질투 같은 인간 내면의 어두운 정서를 이야기 한다면 ‘판소리 오셀로’는 여성적, 동양적 가치를 작품 안에 투영해 대안적 세계관을 보여준다”며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을 대비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정동극장의 ‘창작 ing시리즈’는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 창작 활성화를 위해 작품을 직접 발굴하고 무대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사업 첫해인 지난해에는 ‘적벽’과 ‘뮤지컬 판’을 발굴해 레퍼토리 공연으로 안착했다. 올해 선정된 작품은 ‘판소리 오셀로’(8.25-9.22) ‘오셀로와 이아고’(11.13-25) 등 재연작과 신작 ‘보듬어가세’(12.6-12.31)를 포함 총 5편이며 대본 선정작인 ‘정동 구락부-비밀의 정원’(10.17-20)과 ‘매화누이’(10.24-27)는 낭독회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