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0일 국정원 특활비 수수와 옛 새누리당 공천개입 사건으로 징역 8년을 추가 선고받음에 따라 1심의 최종 판단은 징역 32년으로 마무리됐다.
2016년 10월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로 국정농단 정국이 시작된 이후 1심 판단이 끝나기까지는 1년 9개월이 걸렸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거쳐 18개 혐의로 지난해 4월 구속기소 됐다.
‘비선실세’로 꼽힌 최순실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출연금을 내도록 한 혐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가 먼저 적용됐다.
또 최씨의 이권을 위해 직권을 남용해 기업에 압력을 넣고,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작성 관리하도록 하고, 정호성 전 비서관을 시켜 최씨에게 정부 기밀문서를 유출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삼성그룹의 재단 출연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등에 적용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금 중 일부도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항소했다.
6월 시작된 국정농단 사건의 항소심 재판은 네 차례의 정식 공판을 거쳐 20일 오전 마무리됐다. 검찰은 1심 때와 같은 징역 30년과 벌금 1천185억원을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수사는 국정농단 사건 1심 공판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을 체포하고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에 속도를 높인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정원이 청와대에 수십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올해 1월 박 전 대통령이 상납받은 국정원 특수활동비에 대해 뇌물과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2013∼2016년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총 35억원을 수수하고, 이원종 당시 비서실장에게도 1억5천만원을 지원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수사를 이어가던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도 밝혀내고 2월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가 친박계 인사들을 당선 가능성 큰 지역구에 공천하기 위해 이른바 ‘진박 감정용’ 불법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1심 재판부는 이날 열린 선고 공판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국고손실 등 혐의를, 공천 개입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각각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것이 뇌물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판단은 이제 모두 2심으로 넘어가게 된다. 가장 가까운 2심 선고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8월 24일 오전으로 예정됐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도 검찰이 이미 공범들의 ‘뇌물 무죄’에 불복해 항소한 만큼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심이 진행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는 ‘궐석 재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