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기무사가 지난해 3월 작성하고 대외에도 공개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 문건에 딸린 67쪽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자료’가 새로 나왔다”고 밝혔다. 문건은 지난 19일 국방부를 통해 청와대 안보실과 민정수석실에 제출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당일 보고됐다.
우선 김 대변인은 “문건의 주요 내용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됐을 경우의 상황을 가정해 나온 것들”이라고 전제했다. 가장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이는 것은 중요시설 494곳과 광화문·여의도 등 집회 예상지역 2곳에 기계화사단·기갑여단·특전사 등으로 편성된 ‘계엄임무수행군’을 야간을 이용해 신속하게 투입하는 것이다. 군이 물리력으로 국민을 통제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이어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反정부 활동 의원 무더기 검거…계엄 포고문도 이미 작성”
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처리, 의결 정족수 미달 유도
언론·출판·전시물에 대한 사전검열 통제 계획도
합참본부 통상 수립되는 계엄편람 내용과 전혀 달라
박근혜 정부 때 기무사는 특히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무력화하는 세부방안도 세웠다. 헌법 77조를 보면 국회는 계엄령 발동 시 과반수 찬성으로 이를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계엄사령부가 ‘집회·시위 금지 및 반정부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위반 시 구속수사 등으로 엄정 처리할 방침이라는 경고문을 발표할 계획을 세웠다”며 “이후 불법시위 참석 및 반정부 정치활동 의원을 집중 검거하고 사법 처리해 의결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불법시위에 참석한 당시 야당(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여 국회 표결 자체를 못하게 하려 한 것으로 헌법체계를 힘으로 무력화하는 계획이다. 김 대변인은 또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계엄 해제 국회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으며 국회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 처리로 의결정족수 미달 유도 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기무사는 언론·국가정보원 등 모든 분야에 대한 통제계획을 세우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 김 대변인은 “계엄 선포와 동시에 발표될 ‘언론·출판·공연·전시물에 대한 사전검열 공고문’과 ‘언론사별 계엄사 요원 파견 계획’도 작성돼 있으며 보도통제인원 몇 명이 어느 기관에 가는지까지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엄사 보도검열단 9개 반을 편성해 신문 가판, 방송·통신 원고, 간행물 견본, 영상제작품 원본을 제출받아 검열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국가정보원장에게 대통령이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에 따르도록 지시하고 있으며 국정원 2차장이 계엄사령관을 보좌하도록 조치하는 등 국정원 통제계획도 포함돼 있었다”며 “구체적인 계엄사령부 설치 위치도 보고돼 있었다”고 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문’ ‘계엄 포고문’ 등도 이미 작성돼 있었다”며 “또 통상의 계엄 매뉴얼과 달리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하는 판단의 요소와 검토 결과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담화문은 1979년 10·26과 1980년 계엄령 때의 내용과 함께 적시돼 있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초동조치가 중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 대변인은 “문건에는 ‘계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보안 유지하에 신속한 계엄 선포, 계엄군의 주요 ‘목(길목)’ 장악 등 선제 조치 여부가 계엄 성공의 관건’이라고 적시돼 있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정부 부처 조정 통제 방안과 각국 대사관에 파견된 주한무관단·외신기자 등을 대상으로 계엄령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외교활동 강화’ 부문에 포함돼 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는 이번에 보고된 자료가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에서 통상 절차에 따라 2년마다 수립되는 계엄 실무편람의 내용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국군 역사에서 군의 불법 정치개입의 마지막이 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태규·류호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