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20일 국군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세부계획을 공개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시위에 참가하는 국회의원을 체포해 국회를 무력화하는 등 문건의 내용도 충격적이지만 이와는 별도로 청와대가 수사 중인 사안을 공개하는 것이 맞는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왜 4개월 동안 이를 숨겼는지 등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기무사 문건을 둘러싼 후폭풍을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靑 수사 중인 사안 언급 못 한다더니…기무사 문건은 공개=우선 국방부 산하 특수수사단이 수사하는 내용을 청와대가 공개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문건이 갖고 있는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국민에게 신속하게 공개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문건은 특수단의 수사 결과 발표에서도 얼마든지 공개될 수 있었다. 청와대가 굳이 나설 필요까지 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청와대가 이를 손수 발표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뉘앙스를 주고 있고 이는 독립적이어야 할 특수단의 수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는 청와대의 지금까지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3월 네이버의 뉴스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국민청원에 “경찰 수사 중인 사안을 정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하는 등 수사 중인 사안에는 말을 아꼈다. 청와대가 언급하는 순간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어 말할 수 없다는 뜻이었지만 기무사 문건은 공개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공정하게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조직한 특별수사단이 아닌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4개월간 세부계획 뭉갠 송영무, 개각 대상되나=송 장관이 계엄령 세부계획 문건을 4개월 전에 이미 확보했으면서도 청와대에 늑장 보고한 것도 논란거리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3월16일 송 장관에게 계엄령 본 문건과 67쪽짜리 세부계획도 같이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달 19일에야 청와대에 세부계획 문건을 보고했다.
특히 송 장관실은 17일 특수단이 세부계획 문건이 있는지를 묻는 공문을 보내자 18일에서야 문건을 특수단에 제출했으며 다음날 청와대에 보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던 10일 특수단 구성을 특별지시하고 16일 관련 문건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하는 등 계엄령 문건으로 정국이 들썩였을 때도 세부문건을 제출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특수단 수사 대상에 송 장관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송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마린온 헬기 추락 희생 장병 유가족을 두고 “의전이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게 아닌가”라는 말까지 해 개각 대상에 포함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건 어느 선까지 보고됐나=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건이 박근혜 정부의 어느 선까지 보고가 됐는지 특수단이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수단은 주말 동안 조사된 자료를 검토했으며 이르면 이번주 초 소강원 참모장 등 윗선에 대한 소환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문건이 청와대 참모진의 주문으로 만들어졌거나 김관진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됐다면 사건의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군 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수사를 국방부 특별수사단과 민간 검찰이 함께하는 방안이 23일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와 법무부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수사하는 ‘민군 합동수사본부’ 출범을 23일 발표할 계획”이라며 “송 장관이 이미 민간 검찰과 함께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