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유명을 달리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한국 진보정치 진영의 아이콘이었다.
재치있는 비유를 통해 복잡한 정치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토론에서는 논리적인 발언으로 상대 토론자를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스타 정치인이었다. 진보진영 최초로 3선에 성공해 최근까지도 정의당 원내대표를 역임하며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노회찬 의원은 고등학생이던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에 반대하는 모임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대학시절 전기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사건으로 1989년 구속된 노 원내대표는 만기 출소 후 대선에서 백기완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했으며, 매일노동뉴스 발행인, 민주노동당 부대표를 거쳤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방송사 토론에서 “50년 동안 한 판에서 계속 삼겹살을 구워 먹어 판이 새까맣게 됐으니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한다”라는 말이 이슈화되면서 각종 토론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 됐다.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입성한 노 원내대표는 이듬해 8월 국가정보원 불법도청 테이프에서 삼성그룹의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언급했다가 재판에 넘겨져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확정판결을 받고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20대 총선에서는 서울 노원병을 떠나 경남 창원성산 지역구에서 당선되며 다시 재기에 성공했다. 정의당은 그에 힘입어 지지율을 10% 가까이 끌어올렸다.
올해 4월에는 민주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 ‘평화와 정의를 위한 의원모임’을 출범시켜 첫 등록대표를 맡기도 했다. 최근에는 특수활동비 폐지를 주장하고, 특활비를 반납하겠다고 선언해 다시 주목받았다.
그러나 ‘드루킹’ 김동원씨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마지막 고비를 맞았다. 여야 원내대표들과 미국 방문 도중 “어떤 불법 자금도 받지 않았다. 수사에 당당히 임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던 그는 23일 “금전을 받았으나 청탁과는 무관하다. 가족에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투신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