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은 소아청소년 3명 가운데 1명은 잠을 잘 때 코를 골며, 이 중 절반이 넘는 17%가 습관성 코골이(주 3회 이상)라고 한다. 습관성인 경우 이갈이(21%), 야경증(19%), 수면무호흡증(15%), 불면증(13%)의 빈도도 높다.
을지대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안영민 교수팀이 외래진료를 받은 소아청소년 901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코를 고는 소아청소년은 흔히 편도라고 하는 구개편도나 목젖 뒤의 인두편도(아데노이드)가 비대해 숨길을 막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증세가 계속되면 밤에 왕성해지는 성장호르몬 분비장애로 또래보다 체격이 작거나 뇌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학습부진·주의산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입으로 숨을 쉬게 돼 앞니가 튀어나오거나 얼굴이 길어지고 구강건조증·잇몸질환·만성 기침 위험도 커진다.
안 교수는 “만 2~12세 소아청소년에서는 습관성 코골이가 많았는데 3세 이하의 습관성 코골이를 방치하면 주의력 결핍, 주간졸림증 등 후유증이 학동기에 남고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청년기에 낮아졌던 코골이는 나이가 들수록 빈도가 많아지고 증상이 악화한다. 남자가 많이 골지만 여자도 폐경기 이후 급증한다. 30대는 남자의 20%와 여자의 5%가, 60대는 60%와 40%가 습관적으로 코를 곤다. 호흡과 관련된 근육의 탄력성 저하로 상기도(코 안~후두)가 좁아지고 수면생리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코골이 위험을 3배까지 높이는 비만도 문제다.
코를 심하게 골면 잠의 질이 나빠져 아침에 일어날 때 심한 두통을 느낄 수 있다. 낮에 자주 졸리고 집중력·기억력이 떨어지며 운전 중 교통사고·산업재해 위험도 높아진다. 코를 골며 잘 때 상기도(코 안~후두)가 막혀 10초 이상 컥컥거리며 호흡이 정지됐다가 가까스로 “푸”하고 숨을 몰아쉬는 상태가 1시간에 5회 이상 나타나는 수면무호흡증 위험도 커진다.
수면 중 산소결핍에 시달리는 각종 장기에 산소를 나르는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과 혈관이 무리하게 돼 고혈압·동맥경화·심근경색·부정맥·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과 돌연사 등 여러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 화를 잘 내고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해 인슐린·남성호르몬 분비를 줄여 당뇨병·발기부전 위험도 높아진다.
40~50대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은 기억력·판단력·집중력 같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측두엽 등이 심하게 쭈그러들어 뇌의 부피(평균 1,100㏄)가 일반인보다 100㏄가량 작아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