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셀프 주유소가 급증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쟁이 심화돼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건비라도 줄이겠다는 주유소 사업자들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국내 셀프주유소는 3,057곳으로 지난해보다 88곳이나 증가했다. 셀프주유소는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2,889곳에서 2,901곳으로 12곳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2016~2017년 68곳이 늘어나더니 올해는 증가 폭을 더 키우고 있다. 셀프주유소 비중도 2012년 16.7%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6.3%로 10%포인트 이상 늘면서 전국 주유소 네 곳 중 한 곳이 셀프주유소일 정도가 됐다.
최근 1년 사이 셀프주유소가 급증한 것은 주유소가 우후죽순 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지난해 최저임금이 크게 상승해 인건비 부담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한 정유사가 자신의 브랜드를 단 주유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유소 한 곳당 월수익이 250만~3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연 소득으로 환산하면 3,000만~3,600만원으로 대기업 신입 사원 평균 연봉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한국주유소협회의 한 관계자는 “주유소 수익이 줄어들면서 인건비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셀프주유소 전환을 더 촉진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들도 셀프주유소로 전환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주유소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국내 정유사의 핵심 과제 중 하나”라며 “올해 전환된 셀프 주유소의 절반 정도가 정유사 직영 주유소”라고 말했다.
문제는 주유소 업주 입장에서는 셀프주유소로의 전환이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일반 주유기 1기당 셀프주유기로 교체할 경우 500만~700만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유기 4기를 보유한 일반 주유소가 셀프주유소로 바꿀 경우 최대 2,800만원 정도 드는 셈이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이는 최소 비용일 뿐 실제 드는 비용은 3~4배가 더 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근 셀프주유소 전환 작업을 한 정유사의 경우 주유기 4기를 보유한 일반 주유소를 셀프주유소로 바꾸면서 인허가 비용을 포함해 1억~1억5,000만원 정도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도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것은 결국 앞으로 최저임금이 더 올라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유소 사업주들이 생각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오르게 되면 도심의 일부 주유소를 제외하고는 수익을 내는 주유소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