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가 최근 잇따른 악재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정부가 2조원 규모로 국내 바이오기업의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을 다음 달부터 본격 추진한다. 부처별로 산재한 신약 개발 인력과 정책을 모아 체계적인 육성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3개 부처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국가신약개발지원사업’(가칭)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앞으로 10년 간 예산 2조원 투입을 목표로 업계, 학계, 정부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거쳐 늦어도 11월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국가신약개발지원사업은 앞서 3개 부처가 오는 2020년 종료를 목표로 운영 중인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을 대체하는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330억원(3년) 규모였던 사업이 2조원(10년) 규모로 대폭 확대된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 지원 대상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국가신약개발지원사업은 새 정부 출범 후 달라진 바이오 육성책의 단면을 보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의 4차산업 육성과 규제철폐 기조에 따라 지난해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립된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헬스케어특별위원회가 별도 기구로 마련됐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4차산업위는 그간 ‘대못 규제의 산실’로 불린 의료기기 분야에서 최근 대폭의 규제 완화를 이끌어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수도권에 밀집된 바이오벤처기업의 창업을 지원하는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를 서울 도심에 설립했다.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을 조기에 발굴하고 신약 개발, 특허 전략, 제품 컨설팅 등 바이오벤처기업이 창업 초기단계에 직면하는 각종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게 주요 역할이다.
하지만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에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잇따른 정책에도 정작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바이오산업은 기본적으로 개별 기업의 경쟁력에 달려 있지만 기로에 선 K바이오의 현주소를 감안하면 정부의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바이오업계를 강타한 회계부정 및 연구개발비 자산처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기업이 마음껏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신약 개발에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바이오산업을 총괄하는 범부처 컨트롤타워를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처럼 기초과학(과기정통부), 임상개발(복지부), 상업화(산업부), 인허가(식약처) 등으로 업무가 나뉜 채로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 한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업계가 연일 악재에 빠진 것은 내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정책이나 규제 같은 외부 원인도 적지 않다”며 “바이오산업은 한번 호흡이 끊기면 지속성을 상실하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과 육성에 앞서 이를 일원화한 컨트롤타워를 통해 추진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