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조중필 씨의 유족에게 국가가 3억6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오상용 부장판사)는 조씨 유족이 부실수사의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씨 부모에게 각 1억5천만원씩, 조씨의 누나 3명에겐 각 2천만 원씩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겪었을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피해와 현재의 국민 소득 수준, 통화가치 사정이 불법 행위 때보다 변동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씨 유족은 사건 발생 20년만인 지난해 1월 주범 아더 패터슨에 대한 유죄가 확정된 직후 검찰의 부실·늑장 수사로 인해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며 10억 9000만원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선고 직후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씨는 “어떻게든 억울하게 죽은 중필이 한은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 같이 힘없는 국민들이 힘들게 살지 않도록 법이 똑바로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1997년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수차례 흉기에 찔려 살해됐다. 당시 검찰은 현장에 있던 에드워드 리를 살인 혐의로. 존 패터슨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리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혐의(증거인멸) 등으로 유죄가 인정된 패터슨은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검찰은 2011년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그를 재판으로 넘겼으며,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주한 지 16년 만인 2015년 9월 국내로 송환해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패터슨은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 형을 확정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