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초 만에 사라진 복면 은행강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16일, 경북 영주의 한 마을에 별난 복장을 한 남자가 등장했다. 더운 날씨임에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맨 채 두 눈만 내밀고 골목을 활보했다는 남자. 그런 그의 걸음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인근의 한 새마을 금고였다. 환한 대낮에 흉기로 직원들을 위협한 뒤 4380만 원을 챙겨 달아나는 대담한 범행을 벌인 것이다. 놀랍게도 그가 돈을 훔쳐 달아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55초에 불과했다. 미리 준비해 둔 오토바이를 타고 CCTV가 없는 농로를 이용해 유유히 사라진 범인.
한동안 오리무중에 빠졌던 그의 흔적이 다시 드러난 것은, 경북 안동의 한 치킨집에서였다. 범인이 사용한 오토바이가 이 치킨집에서 배달에 사용한 것과 똑같았던 것이다. 치킨집 주인은 경찰이 보내준 범행 사진을 보고 놀랐다는데... 얼마 전 도난당했던 자신의 오토바이가 은행 강도사건에 쓰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요한 추적 끝에 마침내 범인이 검거되었다. 당시 그는 범행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직장에 출근한 상태였다고 한다. 순식간에 범행을 끝내고 홀연히 사라졌던 범인 A씨,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인 것일까?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새마을금고 강도사건
지각도 잘 하지 않을 만큼 착실하게 근무하며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다는 A씨의 범행 소식을 접한 동료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고 했다. 성실하게 생활하며 단 한 번도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는 A씨. 그는 술집을 운영하던 중 생긴 빚 때문이었다고 범행의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그의 걸음이 그 날 새벽, 왜 하필 새마을금고로 향했던 것일까?
그는 경찰 조사에서 새마을금고가 범죄 대상으로 삼기에 쉬워 보였다고 진술했다. 조사결과, 실제로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새마을 금고에서 벌어진 강도 사건은 언론에 알려진 것만 해도 40여 건. 평균 1년에 1.6건의 강도 사건이 한 금융기관에서만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강도 행각을 벌인 범인들 사이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는데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리고 왜 유독 새마을 금고만을 노린 것일까?
취재 중 만난 전 새마을금고 직원은, 매년 발생하고 있는 새마을 금고 강도 사건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강도 사건을 미리 방지할 수는 없는 것일까? 새마을 금고 강도 사건을 다룬 SBS ‘궁금한 이야기Y’는 27일 오후 8시 5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