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퍼블릭이 상업용 부동산 중개 사업을 시작한다고 판을 벌인지 약 1년이 지났다.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리퍼블릭은 잘 굴러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신생기업은 상업용 부동산 중개 시장의 판을 흔들 수 있을까?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IBM 디지털 혁신 전문가부터 손꼽히는 대기업 그룹 전략실 팀장, 유명 금융사 직원까지. 리퍼블릭 임직원 7명의 이력을 보노라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각자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비즈니스로서 묶을 수 있을 만한 공통 키워드가 없기 때문이다.
더 재밌는 건 이들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전통적으로 로테크(Low-Tech) 산업으로 분류됐던 부동산 중개업이라는 사실이다. 7명 임직원 중 부동산 업종 경력이 있는 인물은 이재희 수석 고문과 장희재 임대차 컨설팅 매니저 두 명 뿐이다. 나머지 5명은 로테크보단 하이테크에 더 어울리는 인물들이다. 여러모로 조화가 잘 맞지 않는 기업인 셈이다.
◆ 왜 부동산 중개업?
“정확히 말하면 프롭테크 Prop-Tech 사업입니다.” 왜 부동산 중개업이냐는 질문에 되돌아온 리퍼블릭 측의 답변이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부동산에 모바일 서비스나 빅데이터, VR 등 하이테크 기술을 결합한 신종 기술을 뜻한다. 1980년대 기초적인 수준의 결합이었던 Re-Tech(Real Estate Technology)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2010년부터 쓰이기 시작한 용어이다.
리퍼블릭은 프롭테크 사업 중에서도 오피스 같은 상업용 부동산만 취급한다. 경쟁사로는 시장 1위 기업 알스퀘어와 네모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슈가힐 등이 있다. 리퍼블릭 역시 이들 기업과 같이 부동산 플랫폼을 운영한다. 플랫폼 이름 역시 리퍼블릭이다. 리퍼블릭 플랫폼은 직방, 다방의 기업용 버전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프롭테크라는 세련된 단어가 있지만 어쨌든 본질은 부동산 중개업이다. 그렇다면 부동산과 큰 연관성도 없는 인물들이 왜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일까. 리퍼블릭 측은 국내 투자 자금 흐름에 주목했다고 한다. 안중인 전략·마케팅 이사는 말한다. “지금 우리나라 돈이 어디로 몰리고 있나를 생각해보세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창업시장에 엄청나게 많은 돈을 밀어 넣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고요. 그 덕분에 스타트업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그들이 사용할 오피스 공간은 지금도 정보 불평등 상황을 겪고 있어요. 저희는 거기서 사업 기회를 본 겁니다.”
◆ 정보 불평등에서 기회를 보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신설법인은 9만 8,330개였다. 개인 창업이나 하우스 창업, 기존 사업체의 법인화 등을 고려하더라도 매해 수 만 개의 신생 기업이 새로운 사무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사무 공간과 그 공간에 대한 정보가 적다는 점이다. 이는 신생 업체뿐만 아니라 새 사무실을 찾는 모든 기업이 갖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특히 기존 사무공간은 대기업이나 보수적인 형태의 기업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최근 신생 기업들은 소규모 스타트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스타트업은 특성상 인적구성이 매우 유동적이다. 올해 5명이던 회사가 반 년 만에 10명이 될 수도 있고 20명이 될 수도 있다. 인원이 늘어날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큰 사무실을 임차한다든가 혹은 그때그때마다 이사를 하는 것은 매우 소모적인 일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시장 상황을 읽고 등장한 게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같은 공유오피스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는 빌딩을 임대해 융통성 있게 공간을 구분하고 월 단위로 계약을 나눠 입주 기업을 받는다. 공유오피스는 인테리어에 소요되는 CAPEX(Capital expenditures·미래 이윤 창출을 위해 지출된 자본 비용) 투자가 필요 없는 데다 회사 규모 변화에 따른 공간 변경도 자유로워 스타트업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이 같은 공간이 마련돼도 기업들에겐 고민이 남는다. 이들 공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등도 이들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일 뿐, 유일무이한 해답은 아니다. 또 특정 공유오피스 기업에 입주를 결정했더라도 어느 지역 어느 빌딩에 입주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리퍼블릭 같은 상업용 프롭테크 플랫폼 업체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리퍼블릭 관계자는 말한다. “공유오피스 업체들도 사업장별로 많은 선택지가 있습니다. 공유오피스는 아니지만 특정 사업자에게 최적화된 공간도 있을 수 있고요. 공유오피스 업체들 간 혹은 공유오피스와 특정 사무 공간 간 비교도 필요합니다. 이 일은 부동산 업체들이 하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무실을 찾는 고객들은 일반 주택을 찾는 고객들과 니즈부터 다르거든요. ‘투자사들은 테헤란로에 많고 고객사들은 종로나 을지로에 집중돼 있어서 세 지역 중 한 곳에 가고 싶다’는 식으로 지역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반 부동산들은 지역을 나눠 경쟁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여러 옵션을 받아보고 싶은 고객의 니즈를 채울 수가 없죠.”
◆ 강력한 후발주자
상업용 프롭테크 플랫폼 기업의 필요성을 인정해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지난해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리퍼블릭은 업계에서 후발주자에 속한다. 시장에는 이미 2010년대 초반 진출해 상업용 부동산 분야에서 상당한 이력과 데이터를 쌓아온 경쟁사도 있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경쟁사도 있다. 리퍼블릭은 서비스 시작 전부터 이들 강력한 경쟁사의 존재를 인지했다. 그럼에도 리퍼블릭이 상업용 프롭테크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안 이사는 말한다. “그게 재밌는 겁니다. 저희는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업력도 짧고 광고비 지출도 거의 없는 편이에요. 규모도 비교가 안되죠. 그런데도 어떻게 알았는지 대사관, 유명 그룹사 등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중국 최대 여행 정보 공유 커뮤니티 앱을 운영 중인 마펑워의 한국 사무실도 저희가 제공한 겁니다. 기존 업체들이 잘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시장이 초기단계이다 보니 선점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신뢰가 중요하다. 주택 부동산 시장과는 임대료 규모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찾는 고객 수는 적지만 건당 거래액이 상당하기 때문에 한 건 한 건이 프롭테크 플랫폼 기업의 평판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서비스의 질이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게 된다는 얘기다.
리퍼블릭은 서비스 질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단순히 매물과 임차인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중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능만 하는 몇몇 업체들이 항상 허위매물 이슈에 시달리는데 반해, 리퍼블릭은 직접중계와 서비스 중계 담당자의 투명한 이력 공개를 통해 신뢰 수준을 높여왔다. 리퍼블릭 서비스 중계 담당자는 자신의 이력을 증명할 수 있어야 전문가로 등록된다.
리퍼블릭은 짧은 업력에 따른 축적 데이터 열세도 국내 최대 상업용 부동산 전문 서비스 기업인 메이트플러스, 젠스타와의 제휴를 통해 극복했다. 이들 기업과의 제휴로 리퍼블릭은 인력 고도화를 이뤄 고정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경쟁업체들은 일일이 사람을 파견해 매물을 확인하고 있지만, 리퍼블릭은 해당 건물 관리 업체가 실시간으로 변동되는 내용을 보고해 주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 기록의 효율화와 정확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안 이사는 말한다. “저희는 우리 서비스가 굉장하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세부 서비스 내용에 관심이 없는 고객 관점에서 보면 경쟁사와 리퍼블릭의 차이가 크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냥 사무 공간을 소개받는 것뿐이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그것도 엄청난 거죠.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100여 명이 넘는 인력을 가진 기업과 이제 1년이 갓 넘은 종업원 7명뿐인 우리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대단한 거 아닌가요? 그렇기 때문에 리퍼블릭은 성공하는 기업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