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토요워치] '수소경제' 어디까지 왔니?

"화석연료 고갈·온난화 주범"

수소, 주에너지로 속속 활용

전용차 개발 등 청사진 불구

기술 경제성·충전소 확보 미미

대중화까진 풀어야할 숙제많아




지난 2013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지구온난화의 위협에 인위적으로 기온을 낮추다가 설국으로 변한 지구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1년에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열차가 유일하다. 열차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나뉜 계급과 이에 대한 갈등, 인간애를 다룬 봉 감독의 통찰력 못지않게 주목받았던 것은 ‘연료 주입 없이 어떻게 열차가 17년이라는 세월 동안 쉼 없이 달릴 수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었다. 비결은 수소였다. 봉 감독은 “윌포드가 만든 설국열차의 엔진은 일종의 핵융합 원자로가 아니었을까 상상해봤다”고 밝혔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들이 모여 무거운 원자핵으로 합쳐질 때 줄어드는 질량만큼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이다. 태양이 스스로 빛을 내는 원리다. 여기서의 핵심은 수소다. 가벼운 원자인 수소가 헬륨 등 무거운 원자로 합쳐질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설국열차의 동력원이 된 것이다. 현실은 어떨까. 인간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본격 활용한 것은 60~70년 전부터다. 우주탐험 분야가 대표적이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을 태운 아폴로 11호가 달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배경이 바로 액화수소의 힘이다. 군사 영역에서도 수소가 활용된다. 현대 주요 핵 보유 국가가 가진 핵폭탄의 대부분이 중수소나 삼중수소의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하는 폭발력을 이용한다.

이같이 강력한 힘을 지닌 수소를 일상생활에서 주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수소경제가 개화하고 있다. 대기 중 산소와 탱크 속 수소가 화학반응을 통해 물로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는 수소차가 양산되면서부터다. 미국 캘리포니아가 2015년부터 매년 2,000만달러씩 투자해 오는 2022년까지 100기의 공영 수소충전소 설치 작업에 돌입했고 중국과 일본도 2030년까지 각각 1,000기와 3,000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해 수소차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연료전기차 ‘투싼ix35’를 선보인 현대자동차가 올해 차세대 수소차 ‘넥쏘’를 출시했고 2015년 수소차 ‘미라이’를 개발한 도요타는 2025년까지 3만대의 양산체제를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역시 2020년 출시를 목표로 수소차 개발에 한창이다.


각국이 앞다퉈 수소경제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는 환경 문제가 결정적이다. 화석연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가솔린이나 디젤의 힘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반면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물이 전부다. 대기 중의 공기에서 순수한 산소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공기청정 효과도 있다. 대체에너지원으로 거론되는 태양광과 풍력 등은 화석연료에 비해 효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원자력발전소는 핵폐기물과 안전이라는 약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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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가 본격화하기까지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넥쏘의 국내 판매량이 179대에 불과하고 일반인이 사용 가능한 충전소가 7곳밖에 되지 않는 것이 단적인 예다. 현재는 석유화학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나 액화프로판가스(LPG)를 깨서 수소를 만들어낸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뽑아내는 기술은 경제성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0~40년 후에는 전기선이나 가스배관이 아닌 수소배관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동차를 넘어 각 가정이 필요한 전력을 수소를 공급받아 만들어내는 이른바 수소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우주의 75%를 구성하는 만큼 고갈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 ‘설국열차’의 마지막 장면에는 북극곰이 등장한다. 온난화에 대한 잘못된 대처로 초토화된 지구지만 전부인 줄 알았던 열차 밖에도 여전히 세상이 존재하고 생명도 있다는 희망이 봉 감독의 메시지다. 돌이켜보면 북극곰은 무한한 수소에너지로 달리는 설국열차가 내뿜은 물과 정화된 공기로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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