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진리의 가격]'진리'를 사고 판다면 얼마일까

■ 마르셀 에나프 지음, 눌민 펴냄




소크라테스는 “진리는 돈으로 사고팔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며 돈벌이에 급급한 소피스트들을 맹비난했다. 진리를 다루는 철학자는 진리를 돈으로 팔 수 없고 단지 선물할 뿐이라는 이유를 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의 선물에 선물로 존경을 표시하는 것으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은 소크라테스의 항변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지난 6월 타계한 프랑스 태생의 인류학자 겸 철학자 마르셀 에나프. 그는 저자는 고대 그리스 사회로부터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사회에서 ‘증여’가 어땠는지를 탐색해 계약관계만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관계 이면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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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자 다분히 은유적인 ‘진리의 가격’에 대해 저자는 “진리를 주장하거나 발견하거나 고백하는 데 필요한 노력이나 포기가 그에 해당한다”면서 “거짓을 거부하는데 필요한 정직과 용기이며, 한마디로 정신의 가격이자 상징의 가격”이라고 얘기한다. 다시, 소크라테스를 돌아보자. 소피스트가 많은 수업료를 받고 강연 활동을 한 반면 소크라테스는 공공장소에서 보수 없이 지식을 설파했다. 책은 “이윤에 대한 전적인 거부, 이것이야말로 소크라테스가 진리를 말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진리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선물’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즉 계약 관계는 시장의 질서를 따르는 것과 달리 사회의 통합과 상호 인정은 선물 관계를 기초로 시작되며 선물 관계에서 비로소 인간 그 자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례적 선물 교환의 목적은 일정량의 부를 전달하거나 재물을 양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명예롭게 하는 데 있다.…주는 물건의 주된 가치는 상징적이고, 주는 쪽에서 볼 때 선물은 자신의 징표이자 자아 자체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증여’의 본질을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인정받는 행위로 결론 내린다. 이처럼 모든 인간관계가 돈으로 가치 매겨질 수 없다는 관점은 이방인을 대할 때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환대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관계 대부분이 계약 형태지만 여전히 명예와 기부, 호의와 봉사, 연대 같은 비자본주의적 가치가 사라지기는커녕 더 존중받고 있다는 점을 되새기며. 3만8,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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