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진리는 돈으로 사고팔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며 돈벌이에 급급한 소피스트들을 맹비난했다. 진리를 다루는 철학자는 진리를 돈으로 팔 수 없고 단지 선물할 뿐이라는 이유를 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의 선물에 선물로 존경을 표시하는 것으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은 소크라테스의 항변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지난 6월 타계한 프랑스 태생의 인류학자 겸 철학자 마르셀 에나프. 그는 저자는 고대 그리스 사회로부터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사회에서 ‘증여’가 어땠는지를 탐색해 계약관계만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관계 이면을 분석했다.
책의 제목이자 다분히 은유적인 ‘진리의 가격’에 대해 저자는 “진리를 주장하거나 발견하거나 고백하는 데 필요한 노력이나 포기가 그에 해당한다”면서 “거짓을 거부하는데 필요한 정직과 용기이며, 한마디로 정신의 가격이자 상징의 가격”이라고 얘기한다. 다시, 소크라테스를 돌아보자. 소피스트가 많은 수업료를 받고 강연 활동을 한 반면 소크라테스는 공공장소에서 보수 없이 지식을 설파했다. 책은 “이윤에 대한 전적인 거부, 이것이야말로 소크라테스가 진리를 말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진리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선물’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즉 계약 관계는 시장의 질서를 따르는 것과 달리 사회의 통합과 상호 인정은 선물 관계를 기초로 시작되며 선물 관계에서 비로소 인간 그 자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례적 선물 교환의 목적은 일정량의 부를 전달하거나 재물을 양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명예롭게 하는 데 있다.…주는 물건의 주된 가치는 상징적이고, 주는 쪽에서 볼 때 선물은 자신의 징표이자 자아 자체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증여’의 본질을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인정받는 행위로 결론 내린다. 이처럼 모든 인간관계가 돈으로 가치 매겨질 수 없다는 관점은 이방인을 대할 때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환대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관계 대부분이 계약 형태지만 여전히 명예와 기부, 호의와 봉사, 연대 같은 비자본주의적 가치가 사라지기는커녕 더 존중받고 있다는 점을 되새기며. 3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