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가 ‘인랑’의 일원이 됐다는 것에 감사했다.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함께 하고 싶다고 마음 먹은 작품은 ‘인랑’이 처음이란다. 그만큼 그는 “내겐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개봉 소감을 털어놨다.
‘인랑’은 오시이 마모루 원작, 오키우라 히로유키 연출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작품. 남북한이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뒤 반통일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한 2029년을 배경으로 했다.
한효주는 영화에서 빨간 망토 소녀의 언니 이윤희(한효주)로 분해 임중경(강동원)과 감정적 교감을 나눈다. 동생의 유품을 건네주기 위해 찾아온 임중경과 처음 마주하고, 자신과 닮은 외로움을 가진 그에게 끌린다. 갈등하고 동요하고 행동하는 ‘이윤희’는 한효주란 배우를 만나 그 어느 캐릭터보다도 입체적인 감정의 파노라마로 관객을 안내한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한효주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였다“며 “저를 지우고 하얀색 바탕을 만들어놓은 뒤 감독님이 저한테 입힌 색깔을 입고 싶었다“고 작품에 다가간 과정을 이야기했다.
한효주는 김지운 감독의 오랜 팬이었다. ‘밀정’을 보면서 언젠가는 김지운 감독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어했다. ‘인랑’ 촬영을 하면서는 ‘내가 이런 영화를 찍고 있구나’라는 설렘을 느꼈다.
“이전과 조금 다른 방식일 수 있어요. 이렇게 할까요? 저렇게 할까요? 란 의견을 제시하면서 제 안의 모습과 맞춰가기 보단, 무조건 감독님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감독님의 색깔을 입고 싶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 밑바탕을 만드는 일이 저에겐 새로운 일이었어요. 무엇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로 임했어요. 감독님은 배우 안에 있는 뭔가를 다 꺼내줄 수 있는 감독님이라 생각했어요.”
2012년부터 기획한 프로젝트 영화 ‘인랑’의 기대 포인트는 김지운 감독의 장르적 신세계에 머물지 않는다.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한예리, 최민호, 허준호, 신은수까지. 배우들의 매력의 경연장으로 배우를 보는 재미와 맛이 충만하다. 게다가 조화성 프로덕션 디자이너, 정두홍 무술감독, 조상경 의상감독, 송종희 분장감독, 에디 양 수트 제작자까지 최고의 스태프가 뭉쳤다.
한효주는 “멋지게 판이 잘 짜여진 작품 속에 일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6년 전에 김지운 감독이 기획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인랑’ 애니메이션 작품을 찾아봤어요. 그 때 보고 나도 하고 싶다 생각했던 영화가 기획이 됐고, 제가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었어요. 어떻게 이런 캐스팅이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분들이 캐스팅 됐어요. 스태프도 너무 A급 스태프만 모여서 판이 잘 짜여진 작품이었죠. 제 캐릭터 때문에 선택했다기 보단, 꼭 들어가고 싶은 판이었어요.”
한효주는 이윤희 캐릭터가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벽에 부딪힐 때마다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며 방향을 잡아나갔다. 감독과 첫 미팅 때 한 말도 “어려워요. 너무 어려워요” 였다.
“시나리오를 반복적으로 여러 번 봤어요. 이 여자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말을 하는지 힌트들이 뒤에 나오잖아요. 다시 읽으면서 생각을 하면서 보니까 어려웠어요. 감독님은 ‘네가 잘해야 돼’란 말을 해주셨어요.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도 고민이 굉장히 많았어요. 실제로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보다는 흔들림이 많은 캐릭터였죠. 저를 다 없애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한효주가 해석한 이윤희는 혼돈의 시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흔들리는 인물이다. 그 와중에 임준경이란 사람을 만나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임중경을 향한 윤희의 속마음은 진심이냐 아니냐의 잣대가 아닌 ‘계속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라고 정의내렸다. 그는 살고자 하는 의지는 강하지만 신념이 뚜렷하지 않았던 한 인간의 흔들림을 입체적으로 불러냈다.
”관객들에게는 윤희의 행동이 혼란스러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윤희는 마음 속에선 계속 흔들리고 갈등을 하고 있어요. 임중경을 속여야 한다는 임무를 완수해야 하지만 자신과 닮은 사람 앞에서 흔들려요. 그가 처한 상황들이 안타까워요. 본인 힘으로 자초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제 스스로도 연기를 하면서도 많은 연민을 느꼈죠. 관객분들이 이윤희라는 캐릭터에 대해 연민을 가져주시고, 잘 따라와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004년 MBC 시트콤 ‘뉴 논스톱5’를 통해 배우로 데뷔해 14년차 배우로 살아온 한효주는 요즘 배우이자 사람으로서 고민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인랑’은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 한효주로서도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어떤 배우가 돼야 하나, 어떤 사람이 돼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한효주는 ”가진 것에 비해 많은 사랑을 누렸다“며 ”이 사랑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 한효주로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어떤 배우로 나아가야 할까.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변화의 중점에 서 있는 시기이죠. 이 시기를 거치면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배우 한효주 그리고 인간 한효주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싶어요. 지금 변하지 않으면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다음 옷을 지금보다 더 멋있게 소화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