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해상 분쟁 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해사 국제재판부 도입을 추진하면서 국내 5번째 전문법원인 해사법원 설립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해사법원 설립은 그동안 법조계에서 꾸준히 필요성이 주장된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조만간 추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사건 부족 문제와 지방자치단체간 유치 잡음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기장군) 등 국회의원 10명은 법원행정처와 협의를 거쳐 지난 27일 해사 국제재판부 신설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인적·물적 시설이 확충된다면 국제재판부 설치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국제재판은 소송당사자가 법정에서 통역 없이 외국어로 변론할 수 있는 재판이다. 지난 6월 특허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 관련 국제재판부가 도입됐지만 해사 사건과 관련해서는 아직 국제재판부가 도입되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법원은 서울고등법원 국제거래·해상전담부 등 5개 법원의 9개 재판부가 해사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무엇보다 이번 해사 국제재판부 도입 추진이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해사법원 설립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상 해사법원 설립의 전 단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영국·싱가포르 등 해외 분쟁 조정기관을 이용하면서 유출되는 소송 비용은 연간 3,000억 원 이상에 달한다. 특히 인접국인 중국은 40여 개의 해사법원과 지원을 설치해 연간 1만6,000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사법원이 들어서게 되면 이는 가정법원, 특허법원, 행정법원, 회생법원에 이은 5번째 전문법원이 된다.
다만 아직 별도 법원을 세울 정도로 사건이 많지 않다는 점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게다가 서울, 부산, 인천이 법원 유치를 두고 몇 년째 기싸움을 벌이는 점도 핵심 애로 사항으로 꼽힌다. 부산과 인천이 지역 논리를 들어 유치 경쟁에 가장 적극적인 가운데 서울변회는 해사법원 본원을 사건이 가장 많이 몰리는 서울에 두고 부산과 광주에 각각 지원을 두자는 중재안을 제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해사법원을 고향인 부산에 설립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지역간 합의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지적된다.
윤 의원은 “법이 통과될 경우 해사 사건 관련 국제 소송 유치는 물론 해사 사건 수요 자체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해사법원 설립에도 유리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