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EU이어 印까지 '철강 세이프가드' 꺼내나

中·日·美 다음으로 큰 수출시장

발동되면 국내 철강업계 타격

터키 등도 무역장벽 쌓기 나서

"대체시장마저 사라진다" 한숨




인도가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사에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철강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 광풍이 유럽연합(EU)을 거쳐 다른 나라까지 번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2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최근 세이프가드 조사 개시를 검토하고 있다. 인도는 올해 들어 외국산 철강재가 밀려오면서 철강 순수출국에서 순수입국으로 돌아설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도 내 수요산업이 활황을 이루면서 철강 수입이 늘어나자 인도 철강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 같다”며 “미국에 이어 EU까지 무역장벽을 쌓으면서 자국으로 철강재가 떠밀려 올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도의 세이프가드 조사 개시 가능성을 접한 뒤 지난주부터 주인도 대사관을 통해 구체적인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조사 개시 자체를 막기는 어렵더라도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설득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도가 조사를 거쳐 실제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일본·미국 다음으로 많은 물량을 보내는 시장이다. 지난해 수출량만 21억달러에 달한다. 대인도 수출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뼈아프다. 올 상반기 인도로 보낸 물량만 1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31%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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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인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보호무역조치를 꺼내 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터키는 이미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올 초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 든 데 이어 EU가 세이프가드 조사에 돌입하면서 세계 철강이 터키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한국 철강의 대체 시장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상반기 전체 철강 수출 규모는 16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때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조치로 대미 수출 규모가 예년의 70%로 줄었지만 인도·베트남·터키·EU 등 타 지역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EU에 이어 다른 국가까지 예년 수준으로 철강 수출량을 묶어둘 경우 달리 상쇄할 데가 없다. 철강업계 고위관계자는 “각국이 벽을 쌓으면 결국 인프라 시장이 커가는 동남아시아 쪽으로 몰릴 것”이라며 “전 세계 철강재가 몰리면 동남아로 수출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보호무역 기조는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 세계 조강(쇳물) 생산능력은 22억7,000만톤에 달하지만 조강 수요는 17억2,000만톤에 그친다. 전 세계 철강사가 생산능력을 30% 감축해야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다는 말이다. 공급 과잉의 중심에는 11억톤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중국이 있다. 결국 중국이 설비를 대폭 감축하지 않는 한 글로벌 철강 가격은 하방 압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각국이 무역 장벽을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보호무역 기조가 쉽게 잦아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에서 핵심 수요 산업 성장세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수출까지 막히면 철강업계로서는 성장판 자체가 닫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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