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장관은 소통과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취임 이후 줄곧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대한민국 경제가 가야 할 길로 제시했는데 정작 중소벤처기업부 내부에서 이를 실천하지 못하면 빈말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직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장관이 되겠다. 우리가 벤처를 지원하니까 우리부터 벤처처럼 하자”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기부 조직은 홍 장관 취임 이후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월요일 간부회의 폐지다. 홍 장관은 “월요일에 회의를 했더니 회의록을 작성하느라 직원들이 일요일에 나오고, 어떤 직원들은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며 “쉴 때 쉬고 열심히 일할 때 일했으면 좋겠다는 직원들의 요구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회의시간을 화요일로 옮겼다”고 말했다. 아무리 관례라고 하더라도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면 직원들과 소통한 후 빠르게 결정하는 그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난 사례다.
홍 장관은 중기부를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학습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개인별 연가일수를 100% 소진하도록 독려하고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자율설계하는 방안도 권장하고 있다. 중기부가 학습 조직으로 바뀌려면 직원들이 공부할 여력을 갖출 수 있도록 휴식도 보장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홍 장관은 “구글캠퍼스를 가보면 놀이터처럼 돼 있는데 여럿이 모여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토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중기부를 명령형 조직에서 수평적 학습형 조직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중기부 직원은 승진이나 보직 이동시 정책공유회로 불리는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잡포스팅(Job-Posting)으로도 불리는 이 제도는 홍 장관이 업무성과 중심의 개방형 인사를 위해 도입했다. 간부들은 프레젠테이션한 직원들에게 평점을 주고 그 결과를 토대로 승진자와 보직자를 결정한다.
아울러 부서별 인원을 배치하는 것도 프로야구처럼 드래프트 방식으로 한다. 간부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을 1·2·3순위로 뽑고, 직원들은 자신이 가고 싶은 부서의 순위를 정해 드래프트 방식으로 진행한다. 홍 장관은 “공무원 사회가 너무 수직적이고 폐쇄적이다 보니 우리가 그동안 이런 모델에 안주한 경향이 강했다”며 “이런 폐쇄형 모델을 깨지 않으면 혁신도 힘들다고 판단해 변화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전 직원이 익명 또는 닉네임으로 자유롭게 혁신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수평적 소통 채널인 ‘아무말 대잔치’ 게시판도 운영하고 있다. 이 게시판은 조직문화, 인사제도, 정책 어젠다 등 조직혁신을 논의하는 장으로 올 초 국무총리로부터 업무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3일 기준 아무말 대잔치 게시판에 올라온 제안 수는 570건, 조회 수는 46만9,268건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