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위기였지만 올해는 더 심각하다. 가장 강력했던 경쟁자이자 동반자도 사라졌다. 하지만 다음달 10일부터 12일까지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은 여전히 ‘록 윌 네버 다이’를 외친다. 2006년 시작해 2018년 13회를 맞는 이 축제는 전신인 1999년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을 포함하면 올해로 19년째를 맞이했다. 누적 관객 수 80만명, 거쳐 간 뮤지션만 무려 1,250팀이다.
이번 축제에도 음악성과 대중성을 갖춘 아티스트들이 나선다. 인더스트리얼 록 장르를 대표하는 미국 밴드인 나인 인치 네일스를 비롯해 일렉 기타를 예술의 경지로 올린 아일랜드의 록 밴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린킨파크’의 마이크 시노다, 어느새 데뷔 20년차를 넘긴 자우림 등 쟁쟁한 록커들이 헤드라이너로 나섰다. 아울러 피아, 아도이, 디어클라우드, 마이크로 닷 등 힙합, EDM을 아우르는 뮤지션이 추가됐다.
펜타포트는 이제 국내 록페스티벌의 마지막 보루가 됐다. 한때 수도권에서만 5개 이상 열렸던 ‘록페’는 지속적인 관객 감소로 지난해 경기 이천시의 ‘지산밸리록페스티벌’과 펜타포트만 남았다. 그리고 올해 지산밸리록페스티벌가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홀로 남은 펜타포트조차 2015년 9만8,000명을 기록했던 관객 수가 지난해 7만6,000명까지 쪼그라들었다. 한때 3년 연속 영국 타임아웃 매거진의 ‘성공적이고 주목할만한 세계 음악 페스티벌 5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위풍당당했던 펜타포트였다.
펜타포트는 이전부터 ‘록 마니아’에게 가성비 높은 축제로 이름이 높았다. 타 축제들이 10만명 이상의 관객 동원이 필요한 규모로 축제를 열 때, 펜타포트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티켓값과 안정적인 라인업으로 어필했다. 이 때문에 다른 록페가 스러져갈 때, 홀로 버틸 수 있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평한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펜타포트는 운영 주체가 인천광역시로 안정적이었다는 점이 위기를 극복하고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며 “매해 안정적인 지원이 더해지니 축제 기획에 있어서 운영주체의 노하우가 쌓일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이를 통해 ‘가성비’ 높은 축제를 기획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 ‘록페’만 위기인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록의 인기가 시들해지며 해외 페스티벌에서도 점차 록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세계 최대 음악축제 중 하나이며 미국 캘리포니아의 코첼라 밸리에서 열리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도 올해 위켄드(The weeknd), 비욘세(Beyonce), 에미넴(Eminem) 등 힙합, 알앤비 장르의 음악가를 헤드라이너로 내세웠다. 헤드라이너 명단에 ‘록밴드’가 없는 것은 사상 최초다.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 ‘록페’로 시작됐고, 1999년 처음 열린 이래 제이지(JAY-Z)가 헤드라이너로 등장하는 2008년까지 10년 가까이 헤드라이너는 당연히 ‘록 밴드’였다.
김 음악평론가는 “최근 10년간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만한 신인 록밴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록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헤드라이너’감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의 달라진 축제문화도 한 요인”이라며 “과거 유명 해외 아티스트를 보려면 무조건 페스티벌을 가야 했던 풍토를 넘어 공연기획사들이 페스티벌 대신 단독으로 각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을 준비하는 풍토 역시 ‘록페’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