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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비만율 심각..폭식 조장 막아야" "개인 영역 침해한 국가주의적 발상"

■ 어떻게 보십니까-먹방 규제

정치권 넘어 의료계도 의견 분분

3115A02 국내 고도비만 비율 추이



정부가 국민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 이른바 ‘먹방(음식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료계를 넘어 정치권으로까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국가가 개인의 영역을 침해하는 국가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과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비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면 국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30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부가 국민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 ‘먹방’을 본격적으로 규제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얼마나 국가주의적 문화에 깊이 살았으면 이런 문제에 대해 담담하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겠느냐”며 “우리 국민이 어리석은 백성도 아닌데 어떻게 먹는 방송을 규제하고 또 가이드라인을 정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의료계도 정부의 먹방 규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개인을 넘어 국가적인 문제로 부상한 비만을 지금이라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과 국가가 개인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유순집 대한비만학회 이사장(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한국은 고도비만율에서 세계 최고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비만을 일으키는 주범은 개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환경적인 변화”라며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조기에 차단하려면 먹방과 같은 사회적인 요인을 제거하고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인식을 체계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이 국가적 재난으로 부상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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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건강한 식습관을 장려하는 먹방으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각종 방송에서 고열량·고지방 음식으로 꾸려진 식단을 소개하거나 폭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먹방의 순기능을 확산하는 ‘건강한 먹방’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갈수록 심각해지는 국민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국가 비만관리 종합 5개년 대책’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오는 2022년 41.5%로 예상되는 비만율을 2016년 수준인 34.8%로 유지하겠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비만율을 줄이기 위해 폭식을 조장하는 먹방을 규제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광고도 관리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절반은 먹방 규제를 찬성했다. 지난달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먹방 시청이 건강습관에 영향을 준다’라는 응답이 64.2%였고 51.4%는 ‘먹방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중 가장 우선해야 하는 분야로는 흡연(18.9%)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저출산(14.8%), 비만(14.6%), 고령화(14.3%), 음주(13.6%)가 뒤를 이었다.
/이지성·박우인기자 engine@sedaily.com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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