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고위 금융 관리들은 크리켓 스타 출신으로 총선 승리를 이끈 임란 칸이 곧 총리에 취임하면 구제금융 관련 계획을 보고할 예정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IMF의 지원이 없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다”며 “파키스탄이 100억∼120억달러(11조1,000억∼13조4,000억원)의 차관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2013년 IMF로부터 53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것을 포함해 1980년대 말 이후 12차례 IMF의 지원을 받았다. 이 중 2008년에 받은 76억달러가 최대 규모였다.
파키스탄의 외화 보유액은 최근 몇 개월 사이 빠르게 소진됐다. 또 유가 상승으로 수입품 가격이 올랐고 수출도 부진하다. 지난 20일 기준 파키스탄 국영은행의 외환보유액은 90억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2개월 치 수입대금을 지불하기도 부족한 수준이다.
파키스탄 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 이후 4차례에 걸쳐 리알화 가치를 20% 넘게 절하했다. 파키스탄 통화는 여전히 고평가돼있어 10% 이상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파키스탄이 경제위기에 몰린 것은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많은 돈을 투입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회계연도에 파키스탄이 중국의 은행들로부터 빌린 돈은 50억 달러 이상이다.
구제금융은 단기적인 경제성장률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찰리 로버트슨 르네상스캐피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지출 축소로 파키스탄의 성장률이 1% 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