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등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는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전했다.
FT에 따르면 파키스탄 고위 재무관리들은 지난 25일 총선에서 승리한 임란 칸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총재가 다음달 14일 총리 취임 직후 최대 120억달러(약 13조4,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관련 계획을 보고할 예정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험난한 과정에 있으며 도움이 필요하다”며 “IMF의 지원이 없는 상황을 상상할 수 없다. 2013년 IMF로부터 받았던 구제금융 53억달러의 두 배 수준인 100억~120억달러의 차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1980년대 말 이후 총 12차례의 IMF 구제금융을 받았으며 2008년의 76억달러가 역대 최대 규모였다.
파키스탄이 경제위기에 몰린 것은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많은 돈을 투입해 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회계연도에 파키스탄이 중국 은행들로부터 빌린 돈은 50억달러를 웃돈다. 여기에 유가 상승으로 수입품 가격은 대폭 오른 반면 수출이 부진해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FT는 “20일 기준 파키스탄 국영은행의 외환보유액은 90억달러에 불과하다”며 “이는 2개월치 수입대금을 내기에도 모자란 수준”이라고 전했다. 통화가치도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파키스탄 루피화 가치는 올 들어 이미 13% 떨어졌지만 서구 경제학자들은 파키스탄 통화가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며 루피화 가치가 10% 이상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들은 파키스탄이 구제금융을 받을 경우 IMF가 공공지출 축소 등 각종 구조개혁 정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총선 과정에서 ‘이슬람 복지국가’를 골자로 한 공약을 내세웠던 크리켓 스타 출신 칸 총재가 취임 직후부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의료 서비스 제공,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찰리 로버트슨 르네상스캐피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파키스탄의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