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고혈압약을 먹는 남성 A씨(60)는 지난주 가마솥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밭일을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콩팥 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평소 130~140㎜Hg 수준이던 수축기 혈압이 60~70㎜Hg로 떨어지는 저혈압 증세로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다.
A씨가 복용하는 고혈압약은 안지오텐신 차단제. 고혈압은 물론 심장·콩팥 합병증 예방·치료 효과가 좋아 널리 처방되고 있다. 이 약은 콩팥의 중요 기능인 혈액여과 작용을 하는 사구체(絲球體) 혈관의 압력을 떨어뜨린다. 무더위 속에서의 작업·운동으로 많은 수분·염분이 땀으로 빠져나갔는데도 제대로 보충하지 않으면 콩팥 기능이 정상인 사람도 사구체 혈관 압력이 너무 떨어져 급격한 사구체 여과율 감소, 콩팥 기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고령자, 탈수나 콩팥혈관 동맥경화증이 심한 고혈압 환자는 약 복용 및 체내 수분·염분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임천규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고혈압으로 안지오텐신 차단제를 복용하는 분이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거나 탈수 증세가 있으면 혈압이 크게 떨어지고 혈류가 안 좋아져 의식을 잃을 수 있다”며 “130~140㎜Hg 안팎이던 수축기 혈압이 요즘 같은 무더위에 105㎜Hg 안팎으로 떨어지면 120㎜Hg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혈압약 용량을 줄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안지오텐신 차단제와 (고혈압약의 효능을 높이는) 이뇨제를 한 알로 만든 복합제를 먹는 고혈압 환자가 많은데 과도한 땀 배출로 혈중 나트륨이 갑자기 떨어져 의식을 잃는 저나트륨혈증 증세가 나타나 저혈압과 마찬가지로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며 “평소 싱겁게 먹더라도 고혈압약을 먹는 환자는 땀으로 손실된 양 만큼 물과 소금을 충분히 보충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혈중 나트륨 농도는 135~140밀리몰(mmol)/ℓ가 정상인데 120mmol/ℓ 미만으로 떨어지면 응급치료를 받아야 하며 110mmol/ℓ 미만으로 떨어지면 사망할 수 있다. 하지만 125mmol/ℓ 미만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혹은 쓰러지기 전까지 자신의 상태를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임 교수는 “따라서 고혈압약을 먹는 환자라면 땀을 많이 흘리기 전이나 흘리고 나서 물·염분을 적절하게 보충해줘야 한다”며 “콩팥 기능이 정상의 30%를 밑도는 경우가 아니라면 나트륨 등이 들어 있는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저나트륨혈증의 정도와 증상이 심한 경우 높은 농도의 나트륨이 포함된 수액을 투여하는 등 적절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저나트륨혈증으로 수분이 뇌 세포 안으로 이동하면 뇌가 부어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가볍게는 두통·구역질 등이, 심하게는 정신이상·의식장애·간질 발작 등이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