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른 30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 발대식에 후드티 안에 셔츠를 껴입은 차림으로 나타났다. 편안한 교복을 홍보하고자 하복 생활복에 동복 후드티를 겹쳐 입은 것이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 교육감이 더운 날씨에도 옷을 껴입은 것은 그만큼 불편한 교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등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대부분이 ‘일반 교복’을 ‘생활 교복’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교복을 더 편안하게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교육 전문가들은 교복이 담고 있는 교육적 가치를 외면하고 편한 것만 찾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일각에서는 ‘자율’을 우선시하는 진보 세력과 ‘가치와 규율 준수’를 내세우는 보수 교육계의 입장이 맞부딪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대다수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편안한 교복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고교 2학년 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학생들이 ‘슬림핏’을 선호하다 보니 업체들이 교복을 너무 작게 내놓는 것 같다”며 “아이를 보면 숨이나 제대로 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중2 학생은 “이미 작은 사이즈로 나온 교복을 더 줄이는 친구도 많다”며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따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여중생의 경우 기성 교복 자체가 7세 아동복 사이즈 정도로 작게 나온다. 여학생들의 교복을 바꿔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다수 올라왔다.
이에 대해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옷이 편안해야 한다는 데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냐”며 “다만 학생들이 교복을 입도록 한 것은 바른 태도 유지와 규율 준수성 함양 등의 교육적인 목적도 분명히 있다. 옷은 편해야겠지만 교복이 무조건 편한 것만 추구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공론화’ 방식에 대한 논쟁도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민이 참여하는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이 이미 결론을 낸 정책을 두고 시민들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는다. 일각에서는 자율성을 강조하는 진보 교육감과 교육부가 오히려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선 학교의 한 관계자는 “교복은 학교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교육청이 권고의 방식을 취하겠지만 그것을 강제가 아닌 단순 권고로 받아들일 학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훈·이태규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