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아득한 성자

- 조오현(1932~2018)

0115A38 시로여는수욜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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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하루 동안 세상 모든 걸 다 보았다니 과찬이십니다. 단지 짧은 생이 상찬의 대상이라면 천 년 사는 학은 얼마나 몸 둘 바 없겠습니까? 저희도 하루라는 평생 동안 얼마나 탕진하는지 모릅니다. 쓸데없이 구석진 하늘을 쏘다니고, 강가 물별에 취해 껄렁대며 떼춤을 추다가 몇몇 친구들은 씨도 못 남기고 물고기 밥이 되기도 했는걸요? 하루도 산 것 같지 않은 날도 있지만, 하루라도 천년처럼 깊은 날도 있으셨지요? 세상의 그늘진 곳 돌보시고, 남 못 보는 아름다움 잘도 찾아내시고, 빼어난 시조문학 남기고 가신 오현 스님, 가까이 오셨던 아득한 성자.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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