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中경제 어디까지 왔나] '잔치라이 → 푸치라이 → 창치라이' ...100년 꿈꿔온 중국夢 현실로

'세계의 하청 공장' 꼬리표 떼고

기술표준 만들며 美 턱밑 추격

온갖 규제에 막힌 한국기업은

中과 미래산업 격차 더 벌어져







“장기간의 노력으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신시대에 들어섰다. 근대 이후 고난을 겪었던 중화민족이 떨쳐 일어서서(站起來·잔치라이) 부유해지고(富起來·푸치라이) 강대해지는(强起來·창치라이) 비약을 거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빛나는 미래를 앞두고 있다는 의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당대회)

시 주석은 지난해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자대회에서 스스로의 과제로 ‘강대국 중국’을 천명했다. 마오쩌둥이 현대의 중국을 세우고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으로 부를 일궜다면 시 주석은 지난 1912년 청나라 멸망 이후 한 세기 만에 강대국 중국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핵심에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춘 미국과의 경제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야심이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후에도 기술력에서는 뒤떨어진 ‘세계의 공장’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세대(5G) 통신 등 첨단기술 분야의 육성에 쏟아부으며 명실상부한 미래 경제질서의 주도세력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70년대 개혁·개방 이후의 경제 고속성장 과정에서 미국이 제시한 표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만년 후발주자였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전기를 맞아 선제적 기술개발로 이제는 중국이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분야는 전방위적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새로운 시대 AI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3개년(2018~2020) 행동계획’에서 세계 표준을 선점할 제품군으로 무인항공기와 번역 시스템 등을 선정했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5G 관련 특허 건수에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로 선두인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15%)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IT기업 바이두가 독일 다임러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꾸린 자율주행차 연구 플랫폼 ‘아폴로 프로젝트’에서는 자사가 만든 자율주행차 기술을 세계 표준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 엿보인다. 모두 최첨단 제조업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중국 제조 2025’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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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기반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빅데이터는 이미 중국이 자국 표준을 만들어 미국과 경쟁하는 분야다.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지 않기에 모든 정보를 효율적으로 집적, 활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빅데이터 장악은 중국 국내에 그치지 않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를 따라 IT 인프라 수출과 함께 베트남·말레이시아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중국과 달리, ‘IT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 기업들은 정부 규제에 막혀 점차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혁신력이 떨어진 한국은 기존 주력산업에서 중국에 하나둘 밀리기 시작한 것은 물론 드론·자율주행차·가상현실(VR)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도 온갖 제도적 문제에 발목이 잡혀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글로벌 경쟁의 후발주자로서 한동안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질서에 따라갈 것으로 봤던 국제사회는 이제 글로벌 표준을 흔들기 시작한 비약적인 발전에 놀라움과 함께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추진하는 무역전쟁의 이슈를 분석하면 단순한 대중 무역적자 축소가 목적이 아니라 첨단기술을 선점하려는 중국의 야심을 꺾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국 의회는 중국계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독일 등 유럽 각국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아마코 사토시 와세다대 명예교수는 “중국은 빅데이터·AI 등 최고로 중요한 기술혁신에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며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지만 미중 간 기술냉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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