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바이오 이어 콘텐츠주도 휘청...주도주 없는 코스닥 활력 '뚝'

美 넷플릭스·페이스북 조정 영향

CJ ENM·스튜디오드래곤 등 급락

정부 연기금 유인책도 약발 안먹혀

외인·기관 '팔자'...개인 놀이터로 회귀




제약·바이오와 더불어 코스닥 대표업종으로 꼽히는 미디어·콘텐츠주가 미국 ‘넷플릭스 쇼크’의 유탄을 맞아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동안 코스닥 시장을 이끌던 주도주들이 차례로 힘을 잃으며 코스닥 시장의 활기는 사라지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에 이어 연기금의 코스닥 차익거래세 면제 카드까지 꺼내 들며 정부가 기관투자가의 코스닥 시장 유입을 촉진했지만 주도주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72포인트(0.74%) 오른 775.52포인트에 거래를 마치며 직전일 대비 -0.54% 내린 전날 이후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7.54%), 신라젠(3.98%), 바이로메드(3.8%) 등 제약·바이오 상위 종목들이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연구개발(R&D)비 회계처리 관련 감리라는 금융당국발 찬바람에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다소 해소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장의 ‘큰손’인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코스닥 상장주식을 각각 600억원, 752억원 장내 매도하며 이탈했다. 반면 개인은 1,360억원대 순매수를 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외국인은 3거래일, 기관은 2거래일 연속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팔자’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전체 수치를 봐도 외국인은 총 2,490억원, 기관은 1,66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나 코스닥 시장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음을 알 수 있다. 코스닥 시장이 개인들의 놀이터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코스닥 투자심리 위축은 제약·바이오주 외에 미디어·콘텐츠주의 부진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국 증시를 이끄는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중 페이스북과 넷플릭스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친 2·4분기 실적을 내면서 현지를 비롯해 국내와 글로벌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주가가 335달러(지난 30일 종가)까지 주저앉으며 일시 조정에 들어가자 그 동안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제작 제휴 및 판매 효과로 높은 수익률을 구가했던 CJ ENM(-15.76%)과 스튜디오드래곤(-18.53%), 제이콘텐트리(-15.58%·이상 7월17~31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미디어·콘텐츠주는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다. 넷플릭스 효과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서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플랫폼 사업자들이 한국 드라마 방영을 재개할 경우 콘텐츠 제작사는 날개를 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특히 성장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히는 곳의 성장성이 의심받기 시작하면서 넷플릭스가 더 이상 ‘콘크리트 지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뼈아프다. 연일 ‘거품’ 논란에 시달리며 주가가 급등락하는 제약·바이오, 남북관계 개선 기대에 올랐다가 결국 ‘테마’에 그치고 만 경협주에 더해 미디어·콘텐츠 역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은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올해 초와 비교해 3분의1 토막이 난 상황이다. 시장의 활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다. 현재 코스닥 지수 770선은 금융당국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발표가 예고되며 기대감이 고조되던 지난해 11월로 돌아간 수준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때 1,000포인트를 바라봤지만 사실상 ‘정책 거품’이 싹 사라지고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업계는 여전히 정책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30일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연기금의 코스닥 차익거래 시 거래세 면제, 우정사업본부의 차익거래 비과세 일몰 기간 연장 등의 내용을 예고한 대로 확정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차익거래 확대는 거래 규모와 거래량을 키우는 효과가 있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연초와 달리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하락한 코스닥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정안에 코스피뿐 아니라 코스닥지수를 추종하는 선물·옵션 상품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한 부분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금융투자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과세 대상이 된 KRX300의 경우 기관투자가의 코스닥 유입을 유도하고 있는 측면이 큰데 양도세 부과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도 “장외파생상품을 활용한 구조화 상품 및 장내파생상품 투자에서는 일부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양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