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 가액의 커피 모바일 쿠폰(상품권)을 만들어 모바일 플랫폼 등에서 판매하면 보통 2%(400원)가 수수료가 남습니다. 그런데 200원을 인지세로 내면 절반의 수익이 날아갑니다. 어떻게 사업을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바일 상품권 발행 대행사인 임원 A씨는 3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세법개정안에 담은 인지세 부과 방침에 이 같은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세법개정안이 수정 없이 통과되면 모바일 상품권 가액이 1만원을 초과할 때 인지세 200원이 붙는다. 5만원이 넘어가면 400원, 10만원 초과는 800원으로 인지세가 각각 올라가는 구조다. 기존에는 모바일 상품권에 인지세가 붙지 않았으나 시장 규모가 커지자 정부가 세금을 매기기로 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모바일 상품권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오는 2020년 2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T업계에서는 위·변조를 막기 위해 한국조폐공사가 직접 발행하고 유통을 관리하는 종이 상품권과 달리 모바일 상품권은 정부의 관여가 없고 이미 전산 기록으로 통제되는 만큼 인지세를 부과하는 조처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모바일 상품권을 판매하는 한 플랫폼(기반 서비스) 기업의 관계자는 “종이 상품권은 시장의 투명성을 위해 조폐공사와 국세청 등이 역할을 하므로 세금을 내도록 했지만 모바일 쿠폰은 정부 개입이 없어도 생태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인지세를 매기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바일 상품권이 기존 제품 가격보다 할인해서 판매되거나 증정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인지세가 부과되면 이 같은 혜택이 줄어들고 소비자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종이 상품권은 백화점 같은 발행사가 직접 인지세를 내면 되지만 모바일 상품권은 발행을 의뢰한 기업과 대행사, 플랫폼 등 여러 곳이 관여하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카카오의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모바일 상품권 1위 사업자로 평가되는 가운데 NHN엔터테인먼트, SK플래닛, KT엠하우스 등이 뒤를 잇는다. 모바일 상품권 발행 대행사는 약 50곳으로 대부분 영세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이다. A씨는 “어쨌든 인지세를 모바일 상품권 발행에 관여하는 기업이 나눠 내거나 누군가 부담해야 하는데 늘어나는 비용만큼 소비자에게 가는 혜택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정부는 종이 상품권과의 과세 형평성을 위해 필요한 조처라는 견해다. 기획재정부는 “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가액 1만원 이하의 소액 모바일 상품권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모바일 상품권의 인지세 부과 기준을 ‘가액 5만원 초과’로 높이거나 종이 상품권과 완전히 다른 기준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입점 수수료 증가, 개인정보 보호 체계 강화에 따른 투자 비용 상승 등으로 성장하는 모바일 쿠폰 시장에서도 수익성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세금까지 매겨진다면 사업을 지속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