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회에서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 데스 시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deep change)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올해를 껍질을 깨는 방식으로 종전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새로운 SK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딥체인지=최 회장의 ‘딥체인지’ 경영 전략은 이전의 대기업들과는 궤를 달리 한다. 기존 기업들이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경제적 가치 창출에만 힘을 쏟았다면 SK는 전통적 개념의 경제적 가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의 더 많은 총합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서 ‘딥체인지’가 시작된다. 예컨대 반도체를 제조하는 기업이 IT 제품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 환경에 대해서도 동시에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게 되고, 마케팅팀의 전략과 구매팀의 영업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경제적 사회성과와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성과,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사회성과를 사회적 가치 창출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SK는 올해 이를 그룹 차원으로 확장해 사회적 가치의 구체적 측정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되었는가의 문제라기보다는, 같은 기준에 의거해 어떻게 하면 미래에는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고민하기 위한 실마리”라고 설명하고, “이러한 시도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
다”고 말했다.
◇자산을 공유해 새로운 가치 창조=최 회장이 지난해 새롭게 제시한 ‘공유인프라’는 SK그룹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협력사·사회와 나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이러한 개념을 적용해 실제로 전국 3,600여개 SK 주유소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플랫폼’으로 변화할 예정이다. SK에너지는 주유소를 O2O 서비스의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과의 ‘지역물류거점’을 핵심으로 하는 사업추진 협약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경쟁사인 GS칼텍스와도 손을 잡았으며 최근에는 우체국을 주유소와 연계해 전기·수소 충전소를 시작으로 상호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한 추가 사업을 발굴키로 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공유인프라 포털을 만들어 반도체 산업 생태계 육성에 나서기도 했다. 반도체 아카데미와 분석·측정 지원센터로 구성된 공유인프라 포털은 협력사들이 회원 가입만 하면 반도체 아카데미에서 제조공정, 소자, 설계, 통계 등 120여 개 온라인 교육 과정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확보=SK그룹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에도 힘쓰고 있다. SK그룹의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글로벌 파트너링’이다. 글로벌 사업을 발굴하고 신규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해당 지역의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SK의 글로벌 파트너링은 중국에서 큰 효과를 증명했다. SK종합화학은 2014년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손잡고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합작회사 SK중한석화를 세웠다. SK중한석화는 가동 첫 해부터 흑자를 냈고, 최근 4년 동안 매출 1조3,000억원을 올려, 가장 성공한 한국·중국기업의 협력사례로 꼽힌다.
최 회장은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중국,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정부 리더들과 만나 협력을 모색하거나 에너지·화학, ICT, 반도체 등 재계 리더들과 만나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에 대해 논의했으며 2월에는 동남아시아 현장경영에 나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갖고 동남아 신흥국에서의 중장기 성장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8,400억원을 들여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는 지난해 북미 셰일가스, 카셰어링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글로벌 투자전문 지주회사’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