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편든 개혁위, 기업들은 당혹=지난해 11월 출범해 지난달 말까지 9개월간 활동한 개혁위는 조사 대상인 15개 현안에서 노동계 입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올해 초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노동계 사찰, 노동개혁 관련 외압 실태를 집중 조사해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검찰 수사를 이끌어냈다. 개혁위는 또 해고·실직자의 노조 참여를 허용해 전교조를 합법화하도록 법률을 개정하라는 권고안을 지난달 6일 의결했다. 일부 위원은 아예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고용부 장관이 직권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에서 불법 파견 논란을 빚은 협력사 근로자들에 대해 고용부가 직접 고용을 명령하는 등 구제 조치를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또 개혁위는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하도록 행정입법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이 연내 추진하기로 합의한 내용이다. 노조 무력화 시도로 올 들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와 관련해서도 개혁위는 “2013년 당시 고용부가 부당노동행위 수사를 뭉갰다”며 “장관이 그간의 수사 관행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권고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개혁위 권고에 대해 “노동계가 일방적으로 요구한 사안들을 총괄한 것이며 편파적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해고·실직자들의 노조 참여가 허용되면 대기업 강성 노조의 힘이 더 세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여기에 현대차 등은 불법 파견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지 않았는데 개혁위가 직접 고용을 밀어붙인다고 주장한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개혁위 권고는 하급심에서 불법 파견 판결을 받고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근로자에 대해서도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올해까지 6,000명, 오는 2021년까지 총 9,500명의 협력사 근로자를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이미 실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교조 합법화 문제도 역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상태다. 고용부는 “사법 다툼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직권 취소는 어렵다”며 “문제가 되는 조항을 개정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규정·지시 따랐는데 적폐라니=개혁위 활동을 지켜본 고용부 내부 반발도 만만찮다. 권고를 이행하려면 기존 조치를 상당수 뒤집어야 하는데다 많은 실무자가 개혁위의 강도 높은 조사에 시달려서다. 고용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현장 근로감독관을 비롯해 최대 50~100명에 이르는 고용부 실무자들이 개혁위 조사를 받았다. 한 고용부 관계자는 “개혁위는 개별 직원들을 비밀리에 불러 추궁한 것으로 안다”며 “과거 윗선 지시와 규정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다고 믿었던 직원들이 ‘내가 적폐가 됐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개혁위 활동이 더해지면서 중대 현안과 씨름하는 고용부의 업무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는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 포괄임금제 손질, 유연근로 실태조사 등을 진행 중이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인상된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되면서 후속 대책도 고심하는 처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개혁위가 내놓은 결과물을 보면 지나치게 노동계 편을 들고 있어 고용부가 향후 실천에 옮기기에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굳이 개혁위가 활동 기간을 당초 6개월에서 3개월 더 늘렸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